SBS 뉴스

뉴스 > 정치

'투트랙' 걷는 문재인, 집토끼 산토끼 모두 잡을까

입력 : 2015.02.10 12:45|수정 : 2015.02.10 12:4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이후 제1야당 대표로서 '선명성'과 '포용성'을 함께 추구하는 투트랙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당 대표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정부와의 전면전"을 거론하면서도, 취임 첫 일정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강온 양면 전략으로 그물을 넓게 쳐 중도와 진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박근혜 정부를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 대표로서 정체성을 분명하게 하면서도, 차기 대권주자로서 확장성을 키워야 하는 이중적 과제를 풀기 위한 접근법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중도를 끌어안기 위한 문 대표의 언행은 지난 2012년 대선때와는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당 대표 취임 직후인 9일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과거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통합행보로 그동안 진보진영을 가뒀던 폐쇄성을 벗고 중도층을 향한 손짓을 보냈습니다.

정책적 면에서 보수의 담론으로 여겨졌던 성장과 안보 이슈에 대해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유연성 강화를 통해 '중원'으로까지 기반을 넓히려는 차원으로 읽혀집니다.

문 대표는 또한 '근본주의'에 대한 자성을 토대로 경선 과정에서 종편 출연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다소 모호한 태도라는 비판을 받았던 통합진보당과의 연대 문제에도 대표 당선 직후 확실히 선을 그었습니다.

동시에 대여 노선에 있어서는 초강경 모드로 나서고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선언한데 이어 "증세없는 복지가 모두 거짓임을 드러났다"면서 "국민의 삶을 무너뜨리는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막아내겠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세금 및 복지 문제를 고리로 박 대통령과의 선명한 대결전선을 형성, 제1야당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야권 지지층의 결집을 꾀하겠다는 것입니다.

박 대통령과 경쟁자로 마주하던 지난 대선 때에 이은 '증세·복지 논쟁 시즌 2'의 막을 올리면서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튼튼히 하기 위한 포석도 엿보입니다.

하지만 '집토끼'와 '산토끼' 공략으로 대변되는 두가지 가치가 자칫 상충하는 것으로 비쳐질 소지도 있습니다.

양쪽을 다 아우르며 변증법적 '합'을 끌어낼지가 문 대표의 또 다른 과제로 부상했습니다.

당 강경파 일각에서 "박 대통령과 전면전을 하면서 박정희 묘소를 참배한다는 것이 뭔가 언밸런스하다. 우클릭이 아니라 좌클릭이 필요한 시점"(정청래 최고위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문 대표의 '실험'에 대한 안팎의 평가가 엇갈리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혁 성향의 천정배 전 의원이 한 라디오에 출연, "인권·정의·민주주의를 결연하게 옹호해야 할 때이지, 화해 제스처를 앞세울 일은 아니다"라며 비판하는 등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둘러싼 여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전대에서 문 대표에 거리를 뒀고, 전대 결과에 낙담한 호남 등 일부 전통적 지지층의 이탈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문 대표측은 문 대표의 행보를 중도냐 진보냐의 이분법적 이념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핵심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이 제대로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얼마나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유능함·실력을 갖추느냐의 문제"라며 "진보 노선을 취하면 집토끼가 모이고 중도 노선을 취하면 집토끼가 흩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전면전' 발언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가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돌아가신 박 전 대통령은 끌어안아야 할 역사이지만,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당연히 비판하고 견제하는 것이 야당에 부여된 임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표가 선거 기간 "뿌리를 넓게 내리면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넓게 가치를 펼칠 수 있다"고 역설한 대로 탈(脫)이념의 실용적 접근으로 폭을 넓히기 위한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