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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김창완 "중2에게 '병(病)'을 붙이는 게 맞을까요?"

입력 : 2015.02.10 10:08|수정 : 2015.02.10 11:06

* 대담 : 가수 김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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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가수 김창완 씨가 이끄는 김창완 밴드가 새 앨범을 냈는데요. 앨범 이름이 ‘용서’, 타이틀곡이 ‘중2’라고 합니다. 흔히들 ‘중2병’이라고 부르는, 이 시대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을 노래로 풀어내서 화제인데요. 김창완 씨에게 노래에 담은 메시지 직접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스튜디오에 나와 주셨네요. 어서 오세요.

▶ 김창완/가수
네, 뭐 ‘아침창’(SBS 파워FM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하는 9시는 늦은 아침이군요.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조금 빠르긴 빠르죠? (웃음) 일어나시는 데 힘드시지 않으셨어요?

▶ 김창완/가수
그런 건 없는데, 저도 보통 6시 반쯤은 일어나요. 그때는 자전거 타고 올 때 이렇게 하고, 그 시간에 이렇게 수진 씨는 방송을 하고 계시는 거군요.

▷ 한수진/사회자:
참 젊은 분이다, 특히 마음이 젊은 분이다, 저희가 늘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 아예 타이틀곡을 ‘중2’라고까지 가셨네요?

▶ 김창완/가수
사실 그게, 저희 집 옆이 중학교예요. 근데 뭐 아이들이, 물론 예쁜 아이들 너무 많죠. 근데 눈살 찌푸리게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제가 ‘저 나이 때 다 예쁠 텐데, 왜 이렇게 안 좋을까’ 그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그러다가, 내가 걔네들이 미운 이유가 내 눈이 비뚤게 됐구나, 어느 날 그렇게 보였어요. 그러니까 그걸, 내가 미운 구석 같은 것들을 일부러 이렇게 적어본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어떤 거 적으셨는데요?

▶ 김창완/가수
그냥 아이들이 너무... 요즘엔 담배도 피고

▷ 한수진/사회자:
뭐라고 물어보면 대답도 안 하고, 욕도 많이 하고?

▶ 김창완/가수
네, 욕을 많이 하고. 그게 좀 많이 거슬렸어요. 근데 그 시기가 가장 내 인생에서도 유아독존적인 시기 아니었나, 나밖에 모르고 내가 최고고 그런 시기인데, 그게 사실은 자기 정체성을 알아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크게 보면 그게 또 사회화 과정인 것 같아요. 가정 내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자기 위상이, 자기가 자리매김하는 그 순간인데. 아 거기에다가 병을, 병이라고 이름을 붙여도 되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한수진/사회자:
어른들의 잘못이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김창완/가수
순전히요. 그 시기가 상당히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했더니 재미난 게요, 제가 중2한테 보여 줬어요, 그걸. 그랬더니 비슷하대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래요? 가사를 보더니?

▶ 김창완/가수
“비슷한데, 중2는 안 이래요” 이러는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 한수진/사회자:
그럼 뭐라는 거예요?

▶ 김창완/가수
이건 중3이래요.

▷ 한수진/사회자:
중3이요?

▶ 김창완/가수
그래갖고 이거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한 거예요. 이거 다 뜯어고쳐야 되나, 이러다가. 아니다, 어른들을 너희들이 조롱을 해라, 이렇게 우린 모르는구나, 그래서 그냥, 그냥 내는 게 내 양심에 덜 거슬릴 것 같아서.

중2하고 중3 차이는 그거래요. 걔가 이걸 딱 보더니, 거의 비슷한데 중2는 이렇게 뭘 하려고 안 한 대요. (가사에) ‘할 거야’, ‘잡지 마’ 이런 얘기가 쭉 나오거든요. 그래서 진짜 제가 뒤통수 한 대 맞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뭘 해야 되겠다, 하고 싶다, 어디로 가겠다, 이런 의지가 없다?

 ▶ 김창완/가수
‘의지가 아직 없습니다’ 그러는 거예요, 대놓고. 그건 중3 되면 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돼 보지도 않은 걸 그렇게 얘기 하더라니까요.

▷ 한수진/사회자:
그래요, 어른들이 그런 거 보면 참 모르네요.

▶ 김창완/가수
몰라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 ‘중2’라는 단어 뒤에는 ‘미안하다. 너희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니’ 이런 말이 생략돼있다, 이런 설명을 직접 하셨더라고요?

▶ 김창완/가수
그건 저의 반성이기 때문에, 그건 괄호에, 내 마음 안에 있는 말이고, 거기에 이제 코러스로 ‘I can do it’ 같은 게 있잖아요? 그거 얼마나 듣기 싫겠어요? 저도요. 어르신네들이 저희 시험 때 되면, 뭐 ‘1등하는 거, 2등하는 거. 그게 중요한 게 아냐. 그냥 네가 최선을 다해봐’ 이런 이야기하잖아요, 저희한테. 그리고 어깨 툭툭 치면서 ‘넌 할 수 있어’ 막 이러잖아요. 그게 굉장히 듣기 싫었어요, 사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선생님은 공부 잘하셨는데도 듣기 싫으셨군요?

▶ 김창완/가수
아이고, 잘하긴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의 중2 시절은 어땠는지도 궁금한데요. ‘중2병’ 좀 앓으셨어요?

▶ 김창완/가수
앓았죠, 저는. 중2병을 저는 고3 때까지 앓았어요. 그래서 굉장히 늦됐고요. 중2 때는 정말 철이 없었어요, 저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중2병을 좀 길게 앓으셨어요?

▶ 김창완/가수
학교를 좀 일찍 가서 사춘기를 좀 늦게 겪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 다 지나가는데, 그땐 멀뚱멀뚱하고 있다가 뭔 말인지도 못 알아듣고 사실. 그랬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창완 밴드 3집, 새 앨범 전체 제목은 ‘용서’라고 붙이셨어요. 지금 용서가 필요한 시대다, 이런 뜻인가요?
 
▶ 김창완/가수
아, 그렇게 큰 사회적 메시지는 아니고요. 제가 지금 이 나이에 맞는 옷을 입는다는 게 어떤 노릇인가.. 저 오늘 등산복 차림으로 왔는데. 사실 제 나이에 맞는 옷 골라 입는 게 쉽지가 않은데요. 노래를 하면서도 왜 노래, 뭘 노래하나, 이런 것보다는 ‘내가 왜 노래하고 있지?’ 이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는.. 지난 해 사회적 분위기도 좀 그랬지만, 거기서 벗어나긴 어려워요, 사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용서라는 게 생각이 났어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하여튼 용서도 여러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 김창완/가수
누가 누굴 용서한다는 건, 그런 건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용서 그 자체의 의미를 한 번 되새겨, 요즘에 도대체 용서라는 게 있긴 한 가, 하는 의미로 한 번 써봤어요.
 
▷ 한수진/사회자:
그 말씀 자체가 메시지네요

▶ 김창완/가수
용서라는 게 그러니까, 저는 제가 원래는 영어 제목으로 멋있게 ‘Forget to Forgive’라고 이렇게 썼었어요. 그랬는데 그게 그냥 그 의미가 있겠다, 그냥 ‘용서’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너의 잘못을 잊어주는 것’... 보통 술 마시고 난 사람들이 그 다음 날 기억 안 난다고 그러잖아요. (웃음) 그게 진짜 적극적인 용서 아닌가?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아마 전망대 애청자들 많이 기억하시겠지만, 작년 세월호 사건 터지고 ‘노란 리본’이라는 추모곡 만드셔서 모신 적이 있었잖아요.

▶ 김창완/가수
네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정규앨범에 그 곡도 담으셨다고요?

▶ 김창완/가수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그걸로부터 자유롭진 않지만, 아까 제가 누가 누구를 용서하느냐, 그건 좀 폭력적이라과 그랬는데, 사실 어떤 사람에게나 죄, 원죄가 꼭 그 당사자한테, 용서받을 자에게만 있겠는가 하는 게 중요하죠. 다 뭐 그러니까 싸우면 같이 반반 나쁜 거지, 어떻게 한쪽이 한쪽을 용서하겠습니까, 손을 얹고 생각을 한다면.

▷ 한수진/사회자:
네, 선생님. 지금 앨범 듣고 싶은 분들도 많이 계실 텐데요. 공연으로도 직접 만날 수 있다면서요?
 
▶ 김창완/가수
이번 주 금요일, 토요일. 제가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이라는 데서 조그맣게 공연을 합니다. 이번 앨범도 소개를 해드리고 봄맞이 공연이죠.

▷ 한수진/사회자:
많이들 또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내 나이에 맞는 옷을 입어야 되겠다는 자세로 만든 첫 작품이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요. 어떤 뜻인지 직접 가서 보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김창완/가수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선생님, 인터뷰 이어가고 싶은데요. 노래도 좀 들어봐야 될 것 같아서요. 오늘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창완/가수
네, 고맙습니다. 복도에서 또 뵈어요.

▷ 한수진/사회자:
(웃음) 네, 김창완 씨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3집 새 앨범 가운데 ‘용서’라는 곡 들려드리면서 저도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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