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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부 성추행·폭력, 왜 끊이지 않나

입력 : 2015.02.09 16:40|수정 : 2015.02.09 16:40


일선 학교 운동부의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지역 한 고교 운동부에서 트레이너가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 수사하고 있습니다.

피해 여고생들은 사건 발생 한 달 만에 모두 전학했으며 큰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경찰은 오늘(9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이 학교 전 트레이너 A(27)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A씨는 지난해 3월 수차례에 걸쳐 고등학교 체육관 등에서 마사지를 핑계로 자신이 훈련을 맡은 B(17)양 등 여고생 5명의 신체 부위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2011말~2012년초 운동부 남학생 2명이 후배 여학생을 성추행, 경찰이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앞서 2012년 부산의 한 학교에서는 동성의 운동부 후배들을 3년간 상습 성추행한 선배 학생과 그 선배 학생을 다시 성추행한 코치가 나란히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당시 운동부 후배 3명을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고교 1학년생 B(16)군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또 B군의 범행 사실을 알고 이를 약점으로 B군을 되레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운동부 코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피해학생들은 보복 등이 두려워 폭력 사실을 제때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구에서는 2010년 12월부터 1년간 초등학교 운동부 코치(39)가 강당 내 탈의실 등지에서 부원이었던 여학생의 몸을 만진 혐의로 지난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의 성추행 장소는 주로 운동이 이뤄지는 강당이나 숙소 등이었습니다.

곳곳에서 폭행이나 성추행이 벌어지지만, 사건이 불거져 당국이 수사나 조사에 나서는 일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입니다.

운동부 내부가 명령과 복종의 폐쇄적 서열 문화가 강한데다, 기숙사나 훈련장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인권의식과 처벌이 미약하고, 사건을 축소하고 덮으려는 태도가 강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대한체육회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국내 28개 종목의 운동협회의 3년간 선수 폭력(성폭력 포함) 징계는 2008년 13건, 2009년 26건, 2010년 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징계는 제명 4건, 자격정지 26건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가벼운 경고나 합의에 그쳤습니다.

그동안 정부도 대대적인 실태 조사와 스포츠 인권보호 지침을 제정, 전문 인력을 양성해 교육과 홍보를 펼쳤습니다.

문제는 폭력이나 성폭력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만 접근했다는 데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위계질서와 지도자에게 잘못 보이면 엘리트 선수로 성장하기 어려운 체육계의 구조, 제명당해도 계속 지도자 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김두현(60) 한국체육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스포츠계의 성 관련 문제는 예전부터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고 묻혀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 많다"며 "엘리트 체육을 중시하는 국내 체육계 구조상 감독과 코치의 의견은 절대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해를 본 선수들이 이런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선수와 지도자, 학부모 등 모든 구성원이 실질적인 성범죄 예방 정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주한(58) 서울여대 체육학과 교수는 "국내 중·고교 운동부 코치와 감독 교사의 윤리 의식이 아직 선진국처럼 높지 않은 과도기"라며 "예전의 잘못된 습관들을 답습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담교사나 감독, 코치 등 학교 모든 구성원이 항상 선수들을 관심 있게 살피고 문제가 생길 요소를 예측해 예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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