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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민 '전투기 소음' 불만에 기름 부은 군법원 판결

입력 : 2015.02.09 13:03|수정 : 2015.02.09 13:03


전투기 소음을 둘러싼 충북 충주 지역 주민과 공군 제19전투비행단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전투기 소음에 항의하기 위해 이 부대에 들어간 주민에게 군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공군 제19전투비행단(이하 19전비)에 따르면 이 부대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6일 부대를 무단 침입한 혐의(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 등)로 민간인 최 모(54)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최 씨는 지난해 8월 26일 오후 4시 15분 충주시 금가면에 있는 19전비를 찾아가 "비행기 소음 때문에 못살겠다. 책임 있는 사람을 만나야겠다"며 자신의 차량을 타고 부대 입구로 돌진하고, 이를 제지하는 병사를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당시 공군은 다음 날 있을 '충주 하늘사랑 축제' 축하 비행공연을 위해 오전, 오후 2차례에 걸쳐 각각 30분씩 사전 비행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최 씨에게 군법원은 "부대 주변에 사는 피고인이 항공기 소음 피해에 민원을 제기하고자 부대를 방문했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은 참작할 만하지만 초병의 경계 임무 수행을 방해해 부대에 큰 혼란을 일으킨 점은 죄질이 중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상 군용시설 등의 무단 침입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중범죄로 분류됩니다.

군 검찰은 그러나 최 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하면서 군부대 인근 주민인 점을 고려해 선처할 것을 군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럼에도 군 법원이 집행유예라는 중형을 선고하자 부대 인근 주민과 시민단체는 "주민의 정서를 무시한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했습니다.

수 십년 간 부대 주변에 살거나 생업에 종사해 오면서 소음 피해를 감내해 왔는데 군법원이 이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법대로' 처리해 범법자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금가면 소음대책위 관계자는 "고의성이 있던 것도 아닌데 그 오랜 시간 피해를 보며 살아온 주민들의 입장은 생각도 않느냐"며 그동안 19전비의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파악해 집단 항의키로 했습니다.

충주에코폴리스사랑시민연대도 성명을 내 "충주에코폴리스 조성 사업이 19전비의 전투기 소음 탓에 규모가 반 토막으로 축소되는데도 충주시민은 군을 원망하지 않았다"며 "항의 방문 한 번 했다고 전과자로 낙인찍은 것은 소음 피해에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재갈을 물린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충주시장은 특별전담반을 설치,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시간 소음 측정 및 규제방법을 강구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최 씨는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주민들의 집단 반발에 19전비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19전비의 한 관계자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군 검찰에서도 구형을 하면서 선처를 제안했는데 오히려 형량이 높게 나온 것 같아 주민들과 대면해야 하는 부대 입장에서도 난처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재판부는 중범죄에 해당되는 군부대 무단 침입에 대해 원칙적인 처벌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확산되지 않도록 충분히 이해시키고 상생 방안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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