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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더치셸, 나치전범 이름 딴 선박 이용에 역풍

입력 : 2015.02.06 17:27|수정 : 2015.02.06 17:27


세계적 정유업체 로열더치셸이 북해의 석유굴착 플랫폼을 해체하는데 나치 전범의 이름을 딴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가 강한 역풍에 직면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합자회사인 로열더치셸은 세계 최대의 크레인 선박인 '피터 쉘테'호를 동원해 북해 유전의 브렌트 델타 플랫폼을 해체하겠다는 계획서를 영국 정부에 제출했다.

이는 브렌트 델타 플랫폼의 2만3천500t짜리 철강 구조물을 잘라낸 뒤 피터 쉘테호에 실어 영국 잉글랜드 북동부 티스사이드로 옮긴 다음에 폐기 처분하는 사업이다.

문제는 선주인 스위스 올시즈의 에드워드 히레마 회장이 나치 전범인 아버지 '피터 쉘테 히레마'의 이름을 따서 선박을 명명한 데서 불거졌다.

히레마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죽음의 천사'로 알려진 나치의 악명 높은 의사 요제프 멩겔레와 함께 무장친위대(Waffen-SS)에서 일한 혐의로 네덜란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나치에 등을 돌렸다는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3년형의 절반도 복역하지 않고 풀려난 뒤 정유사업에 뛰어들었으며 1981년 숨졌다.

유대인 단체를 중심으로 이 선박의 이름이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함께 개명 촉구 운동이 일어나자 로열더치셸이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브렌트 델타 유전의 대형 구조물을 옮기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선박은 세계에서 피터 쉘테호가 유일해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로열더치셸은 선주에게 선박 이름의 변경을 요구했지만 올시즈는 "히레마의 사업 성과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현 회장은 그 아버지의 전력과 관계가 없다"며 거절했다.

영국유대인대표위원회의 비비안 와인먼 위원장은 FT에 "유대인이든 아니든 영국과 네덜란드 시민이 죽은 나치의 이름을 딴 선박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선주는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 이 선박의 개명 운동을 주도하는 이스라엘 정보·문헌센터는 "로열더치셸의 이름에 피를 묻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나 기관이 정부 개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영국 정부는 "선박 이름은 올시즈와 로열더치셸이 해결할 문제"라며 발을 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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