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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안부 만난 외교차관 "할머니 자존심이 우리 자존심"

문준모 기자

입력 : 2015.02.06 16:39|수정 : 2015.02.06 16:39


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설 명절을 앞두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을 찾았습니다.

조 차관은 오늘 오후 경기도 광주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거주 시설인 '나눔의 집'을 방문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위안부 피해자 5명을 만났습니다.

나눔의 집에 도착한 조 차관은 위안부 추모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 명의의 꽃바구니를 올리고 묵념했습니다.

이후 할머니들 한 명 한 명에게서 일본군에 끌려간 사연을 직접 들었습니다.

조 차관은 "금년이 광복 70주년이고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 양국관계뿐 아니라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한 해"라고 말했습니다.

조 차관은 이어 "한일 양국이 할머님들의 문제를 포함해 모든 걸 올바른 역사인식 속에서 잘 풀어보려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86살 유희남 할머니는 "일본 아베는 눈도 꼼짝하지 않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힘을 쓰게끔 해서 저희들 죽기 전에 이 분하고 억울한 것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습니다.

87살 강일출 할머니도 "일본군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을 해야 했다, 그때 당한 일을 생각하면 눈물이 속으로 내려간다"며 "우리는 정부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울먹였습니다.

88살 이옥선 할머니는 "죽기 전에 사죄만 받게 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할머니들의 증언을 경청한 조 차관은 "할머님들의 자존심이 우리나라의 자존심이고 명예와 자존심을 되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 차관은 한일 국장급 협의와 관련해 "지금까지 큰 진전은 없었지만, 올해가 아주 중요한 한 해니 양국이 새로운 마음을 갖고 문제를 잘 풀어보도록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 차관은 나눔의 집 방명록에 '어르신들의 용기있는 고백이 헛되지 않고 생존해 계시는 동안 명예를 회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고서 할머니 한 명 한 명을 껴안고 위로했습니다.

나눔의 집 측은 조 차관에게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동화책 '봉선화가 필 무렵'의 영문판을 전달했습니다.

조 차관의 이번 나눔의 집 방문을 포함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은 최근 명절을 앞두고 정례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설을 찾고 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외교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나눔의 집을 찾았으며, 지난해 9월에는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추석을 앞두고 서울 마포구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우리집'을 방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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