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생활·문화

[취재파일] 80살의 '모드'를 꿈꾸는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

배재학 기자

입력 : 2015.02.06 09:40|수정 : 2015.02.06 09:40

SBS 나이트라인 초대석


지난 4일 연극계의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연극 '해롤드 & 모드'가 누적관객 1만 명을 돌파한 것입니다. 영화와 뮤지컬에 비해 열악한 연극계에서는 흔치 않은 관객입니다. 그 중심에는 2003년 이 작품을 처음으로 기획하고 지금까지 계속 '모드'역을 맡고 있는 박정자 선생님이 계십니다.

나이트라인 초대석 인터뷰 자리에도 연극속의 '모드'차림으로 오셨습니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해 올해로 연극 인생 53년을 맞았습니다. 지금까지 만난 최고의 연극이 '해롤드 & 모드'이고, 항상 연극 속의 인물 '모드'를 인생의 롤 모델로 삼고 실제 일상에서도 '모드'처럼 살고 싶다고 말씀하십니다. 올해 74세인 박 선생님이 연극 속에서 80세의 '모드'와 나이가 같을 때까지, 아니 그 후로도 계속 '모드'역으로 우리들에게 멋진 연기를 보여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나이트라인 초대석, 박정자 선생님과의 일문일답 정리했습니다.

Q : '해롤드 & 모드'가 관객 1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저의 연극 사상 유례 없는 1만 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 달이 채 안됐거든요. 관객 여러분에게 감사할 뿐이죠.

Q : '해롤드 & 모드'라는 작품이 2003년에 초연을 했는데, 그때 선생님이 직접 기획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 이 작품을 제가 86년에 우연히 다른 프로덕션에서 공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너무 작품이 좋아서 연극이 끝나고 제가 일어서지를 못했었어요. 감동 때문에. 그런데 그때 그 배우는 40대였었어요. 그래서 '아! 내가 이제 60이나 이제 좀 더 나이를 먹었을 때 이 연극을 하고 싶다'고 늘 머릿속에, 가슴 속에 품어왔던 작품이죠. 그래서 2003년에, 60이 넘어서 제가 비로소 무대에 올렸습니다.

Q : 지금까지 '모드' 역할은 선생님이 계속해오셨고 해롤드는 계속 바뀌었는데, 지금 하는 해롤드역이 강하늘 씨인데, 함께 연기하시기에 어떠신지요?

- 아주 진지하고, 당장 인기에 눈앞에 보이는 인기에 매달리기보다 좀 더 자신을 추스르고 자기가 앞으로 연기자로 나아가야 할 그런데 대비하는 것이죠, 말하자면 연극무대를 통해서 충전하고, 또 수업을 하고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젊은이니까 아주 똘똘한 것이죠.
해롤드 모드
Q : 선생님에게 있어서 '모드'라는 역할, 어떤 의미가 있나요.

- 이 '해롤드 & 모드'에서 모드는 아주 무공해, 그리고 욕심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제가 롤 모델로 삼는 인물입니다. 일상에서 실제로. 제가 모드처럼 살고 싶고, 그리고 제 무대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서 '아 모드라는 인물이 이래서 참 좋구나'하길. 매력있습니다 모드는.

Q :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하시고, 세어보니 올해로 53년째이십니다. 초반기에는 영화도 하셨는데 영화, 드라마 등 많은 것 중에서 '연극'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연극은 그야말로 아날로그입니다. 관객과 배우 사이에 아무것도 없죠. 그냥 배우의 호흡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이 되는 것이고, 저희는 관객의 호흡, 또 눈동자가 그대로 느껴지거든요. 저희가 그런 이야기를 하죠. '배우의 휴머니티와 관객의 휴머니티가 만날 때 거기에 진정한 연극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결국은 오늘 무대가 좋았다 하는 것은 오늘 관객이 참 좋았다 그렇게 해석을 할 수도 있겠죠.

Q : 연극계의 대모로 또 선생님을 롤 모델로 바라보면서 하는 후배들도 많습니다. 그분들을 위해서, 또 팬들을 위해서 한 말씀 해 주시죠.

- 그냥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내가 내 갈 길을 끊임없이 아주 미련하게 가야 합니다. 소같이 느릿느릿. 그리고 적당히 바보스럽게 내가 가야 할 그 길이 목표가 멀리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절대로 초조해 하면 안되고. 저희에게 가장 소중한 분들은 관객입니다. 비어있는 극장에서 연극을 할 수는 없죠. 본인들이 이 연극을 '정말 내가 있음으로써 이 연극이 완성이 되는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고 극장에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취파

▶ [나이트라인 - 배재학의 0시 인터뷰] 연극 인생 53년, 한국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