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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에 눈 먼 지방의회 의장이 공무원 상대 '갑질'

입력 : 2015.02.05 16:19|수정 : 2015.02.05 16:19


"공무원 중에 누가 의원에게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경남 일부 시·군의회 의장이 업무 담당 공무원을 압박, 이권을 챙기는 등 문제가 불거져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심현보(63·새누리당) 진주시의회 의장은 공무원을 협박해 각종 공사 수십 건을 받은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직권남용·공갈)로 최근 구속됐다.

심 의장은 건설업 면허도 없으면서 2011년 3월 진주 모 지역 면장과 공무원에게 "앞으로 면 지역 공사의 30%는 나에게 달라"며 불이익을 줄듯이 압력을 넣었다.

그는 하수도 정비공사(도급액 1천700만원)를 수주하는 등 2013년 12월까지 총 52건 82억4천200만원 상당의 관급·사급 공사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심 의장은 관련 공무원들에게 업무 참고를 명목으로 토목공사 자료를 끊임없이 요청하는가 하면 직접 찾아가 고함까지 쳤다.

2011년에는 자신의 지역구도 아닌 면 지역 두 곳의 토목공사 현장점검에 나서 농로포장과 수로공사 상태 등을 트집 잡았다.

같은 해 행정사무감사 때는 해당 면장들을 출석시켜 '00농로의 길이', '00수변공원의 면적', '00마을 평균 연령' 등을 물었고 답변을 제대로 못 하면 '이런 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핀잔을 줬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한 현안도 없는데 면장을 의회에 출석시켜 질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고성군의회 최을석(60·새누리당) 의장도 지역사회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다.

최 의장은 부의장 시절인 2012년 '친환경 기능성 블루베리 생산시범' 사업 명목으로 확정된 도비와 군비 1억원을 부인 명의로 지원받았다.

당시 담당 공무원 2명은 공모 절차를 진행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꾸며 최 의장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도록 도와줬다.

한 공무원은 최 의장이 수시로 사무실로 찾아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전화를 통해서도 압박하는 등 상당한 부담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무원 중에 누가 의원에게 '못 하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냐"며 "수십 년 공직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듯한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검찰은 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최 의장의 압력행사 여부를 조사했지만, 당시에는 해당 공무원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관련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공무원 2명만 허위공문서작성과 허위작성공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지난달 14일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각각 벌금 1천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징역 2년을 구형한 검찰은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행정과 의회의 관계는 최근 공무원노조 고성지부(지부장 곽쾌영)가 지난달 21일부터 22일까지 6급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났다.

노조는 '공문서위조를 지시하거나 압력을 넣지도 않았으며 관여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이 나를 도와준다고 부인과 그렇게 한 것을 뒤늦게 알았다'는 최 의장 해명에 신빙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설문 참여자 450명중 '전혀 신뢰할 수 없으며 거짓말일 것이라고 생각한다(199명)'가 가장 많았고 '사실에 들어맞지 않으며 진실이 아닐 것이다(130명)', '잘 모르겠다(98명)', '사실이야 어떠하든 신뢰가 간다(17명)', '주장에 일관성이 있고 매우 신뢰가 간다(6명)' 등 순이었다.

최 의장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며 "지원금을 어떻게 반납할지 몰라서 행정 기관에 방법을 문의한 상태이고 열흘 내에 모두 갚겠다"고 설명했다.

고성희망연대·고성군농민회·고성군여성농민회는 5일 고성군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의장의 사죄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초의회 공천 때 지역을 위해 일 할 유능한 인재를 찾는 게 시급한 과제이고 유권자는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권을 행사해야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며 부당한 압력이 있으면 부서 차원에서 공론화시키거나 노동조합 등을 통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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