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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박태환 투약의사 사법처리 검토…해외판례 수집

입력 : 2015.02.04 12:22|수정 : 2015.02.04 12:22

'신체기능 악화 없어도 상해' 인정한 사례도 분석


수영선수 박태환이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약물을 자신에게 주사한 의사를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해당 의사를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이두봉 부장검사)는 조만간 이 사건의 최종 처리방향을 결정하기로 하고 국내외 판례 및 연구사례를 분석 중인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박태환은 의사 김모씨를 상해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지금까지의 조사를 통해 검찰은 박태환이 약물 성분을 잘 모르고 주사를 맞았고, 의사 역시 해당 주사제가 도핑테스트에서 문제가 될지 모른 상태에서 처방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일부러 저질러야 성립하는 상해죄는 일단 제외된 셈이다.

남은 쟁점은 고의가 없었다고 해도 수영선수에게 금지된 약물을 투약한 행위가 형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다. 박태환이 주사를 맞으면서 신체의 기능과 완전성이 훼손됐다면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박태환에게 투약한 주사제 '네비도(nebido)'는 남성호르몬 수치를 높여 갱년기 치료 등에 쓰이는 약물이다. 이를 투약했다고 해서 신체 기능이 훼손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법조계 안팎에서 검찰이 해당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꼭 몸이 아파져야만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신체 기능이 악화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밝히지 못해도 당사자가 신체의 완전성이 훼손됐다고 받아들인다면 이 또한 과실치상의 '상해'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사자의 승낙이 없다면 아무리 치료의 결과가 좋아도 '상해'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이처럼 과실치상의 상해 범위를 넓게 해석한 해외 판례를 입수해 면밀히 검토 중이다. 아울러 반드시 신체 기능이 나빠져야만 과실치상죄가 성립하는 게 아니라는 판단이 담긴 국내 판례도 수집하고 있다.

이는 검찰이 박태환에 주사를 놓은 의사를 사법처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 내지 기소유예하기로 하고 근거자료가 될 판례를 수집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유무죄 견해가 엇갈리고 있는 사안인데도 검찰이 사법처리 쪽에 일단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이 사건을 재판에 넘겨 선례적 판결을 끌어내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신체에는 악영향이 없지만 행정적으로 금지된 약물을 투약한 행위가 법적으로 옳은 것인지를 놓고 법원의 판단을 구해 스포츠계의 제도적 개선을 유도하려는 의미가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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