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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해 사는데 16년째 준공승인 안난 아파트…무슨 사연

입력 : 2015.02.04 11:26|수정 : 2015.02.04 11:26


"법대로 하면 평생 준공 승인이 나지 않을 겁니다"

청주의 한 소형 임대아파트는 우리나라 아파트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연을 안고 있습니다.

전체 916가구인 이 아파트의 가구별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면 사용 승인이 되지 않은 건축물이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거주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16년째 준공은 나지 않고 임시 사용승인 상태에 있는 곳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청주시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 얽힌 복잡한 사연은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97년 임대아파트 사업 승인을 받은 A건설사는 이듬해 공사에 착수했고,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A사가 1999년 부도 처리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A사 채권자들은 공사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사를 재개하다가 아예 B건설사를 설립했습니다.

당연히 사업 주체도 A사에서 B사로 변경됐습니다.

이 아파트는 2000년 9월 최초로 임시 사용승인이 났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이번에는 B사가 부도를 맞았습니다.

그러자 B사 채권자들이 이 아파트에 대해 채권액만큼 법원에 대위등기를 하고 소유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동안 매매가 이뤄지면서 이 아파트 916가구는 37개 법인과 개인 명의로 등기돼 있습니다.

B사도 188가구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 대다수는 보증금과 월 임대료를 내고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입니다.

그렇다면 준공 승인이 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토지까지 19개 법인·개인의 소유가 됐기 때문입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입주자를 모집하려면 사업주체가 토지를 100% 소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또 주택법은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 신청 이후 저당권 설정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위등기로 건축물·토지 소유권이 다른 법인과 개인들에게도 넘어가고, 저당권까지 설정돼 있다 보니 사용검사 승인, 즉 준공 승인을 내줄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준공 승인 자체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에 저촉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임시사용을 연장해 왔던 B사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준공 신청을 했습니다.

B사는 A사가 빌린 국민주택기금을 약정 기간 내에 한국주택금융공사에 갚지 않으면 막대한 이자까지 물어야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 아파트 가운데 B사 소유분에 대한 경매 처분도 검토했던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준공 승인이 나면 임대료가 올라가거나 분양 전환이 바로 추진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임차인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주택법 규정을 따진다면 평생 준공 승인을 내줄 수 없을 것"이라며 "고문 변호사들의 의견은 분분하지만, 법에 저촉되는 것은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민원조정위원회가 해결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는 중"이라며 "만약 시가 준공을 승인하지 않으면 사업주체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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