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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길 "'펀치', 소름끼치는 게 너무 즐거워"

입력 : 2015.02.01 09:10|수정 : 2015.02.01 09:10


"엄마 역할로 편안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소름끼치는 연기도 너무 즐겁습니다." '소름 끼치는' 느낌은 시청자만 받는 게 아니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권모술수의 향연이 펼쳐지는 SBS TV 월화극 '펀치'.

이 드라마를 보는 많은 시청자가 피 튀기는 권력다툼에 '소름 끼친다'는 감상평을 내놓고 있는데, 윤지숙 법무부장관 역으로 그 전장에 나가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최명길(53)도 그렇단다.

아, 그런데 호칭이 애매해졌다.

윤지숙은 '펀치'의 1회부터 지난 27일 방송된 13회까지는 법무부장관이었다.

그러다 총리후보자를 거쳐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서 총리내정자까지 됐다.

하지만 영전을 앞두고 지난 7년간 애써 덮어왔던 아들의 병역비리가 드러나면서 총리 문턱에서 낙마했다.

2일 방송될 '펀치'의 14회부터 윤지숙은 '전 법무부장관'이자, '전 총리내정자'가 된다.

이에 대해 최명길은 "윤지숙이 이대로 사라질 것인지, 다시 살아날 것인지 알 수 없다"며 "꺼진 불도 다시 봐야하는 상황이다. 나도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죽겠다"며 웃었다.

14회 대본을 기다리고 있던 그를 최근 인터뷰했다.

"대사 한마디를 그냥 넘길 수가 없어요. 한번 내뱉은 말이 반드시 돌아오기도 하고, 꼭 그것과 관련된 일이 뒤에 벌어지거든요. 배우들끼리 대본을 보면서 '내가 너 좋아했는데 지금은 왜 이러지?'라는 식으로 농반진반 대화를 나눠요. 첫회 자체가 15회 정도의 이야기를 앞에 깔아놓고 시작한 격이었고, 그 이후에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래서 다른 드라마 대본보다 어렵지만 정말 기다려지는 대본입니다."

'펀치'는 칼만 안 들었을 뿐 매순간 목숨을 건 싸움이 펼쳐지는 권력의 복마전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끌어내고 있다.

내 편, 네 편이 하루에도 열두번씩 바뀌고 대의와 명분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상황이 이어진다.

최명길이 연기하는 윤지숙은 극 초반만해도 시청자가 마음을 기댈 청렴하고 올곧은 인물의 표상이었다.

뼛속까지 부패한 이태준(조재현 분)이 검찰의 수장이 되는 것을 막고싶다는 그의 강한 의지는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웬걸, 아들이 병역비리를 저질렀다.

대한민국에서 병역비리는 피해갈 여지가 없다.

"초반에 이런 대사가 있었어요. '장관이라는 자린 내 몸을 더럽혀서 세상을 만드는 자리라는 거. 내 몸 깨끗하게 사는 동안, 젊은 검사들이 다쳤어요'. 왜 이런 대사가 나올까 의문이었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그게 윤지숙을 지금까지 끌고 온 힘이었어요. 윤지숙은 자신이 더럽혀져야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지숙이 아들의 병역비리를 덮은 것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려는 게 아니었어요. 자기가 어떻게든 장관자리에 계속 있어야, 이태준 같은 인물을 막고 새로운 검찰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거죠. 또 병역비리는 윤지숙이 저지른 게 아니었잖아요. 시어머니가 자신도 모르게 손자를 위해 한 거였잖아요. 윤지숙으로서는 그것만 넘어가면 다른 것으로 그 대가를 치르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그걸로 자신에게 당위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거죠. 아들의 병역비리만 넘어가주면 좀더 정의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혼신을 다하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렇게 윤지숙을 애써 '변호'하던 최명길은 "윤지숙이 아들 문제 하나 외에는 모든 검사로부터 존경을 받아왔고, 이렇게 좋은 뜻을 갖고 있는데 좀 냅뒀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게 따지면 (윤지숙 잡겠다고 나선) 박정환은 할말이 없는 사람 아니냐"며 웃었다.

그는 '펀치'가 그리는 세상에 대해 "여러가지 실제 현실 속 일들이 드라마 곳곳에 녹아져있지만 결국은 드라마"라고 선을 그었다.

"실제라고 생각할 만큼 현실에서 많은 것들을 차용했지만 그렇다고 우리 드라마가 현실 그대로는 아니죠. 또 세상 일이 꼭 이렇지만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드라마 앞에 뜨는 자막처럼 이건 실제의 이야기가 아니죠."

윤지숙이 여성 법무부장관이기에 강금실 전 장관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윤지숙이 강 장관을 그린 게 아닌 것처럼, '펀치'의 이야기대로 세상이 돌아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드라마가 마지막에는 누굴 통해서든 따뜻한 희망을 주기를 바란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가 희망을 가져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명길은 국수집 아줌마('영광의 재인)이기도 했고, 보석매장 매니저('금나와라 뚝딱')이기도 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걱정인 억척스러운 서민이었고, 신분상승에 목을 매는 중산층이었다.

하지만 '용의 눈물' '명성황후' '대왕세종' 등 사극에서는 왕족으로 남자 못지않은 기개와 배포를 자랑하는 여장부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는 "그간 엄마 역, 힘없는 서민 역도 많이 했지만 아무래도 좀 강한 역을 하면 더 기억해주시는 것 같다"면서 "사극을 하면서 권력다툼을 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현대극에서 하니 또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치인인 남편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펀치'를 보는 느낌도 남다를 듯했다.

"어진이 아빠(그는 남편을 이렇게 부른다)가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또 제가 대본을 보면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청와대 비서실장과의 대화나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의 관계 등에 대해 실제로는 어떠냐고 많이 물어보고 도움을 받고 있어요. 어진이 아빠의 입을 통해 많이 듣던 표현이 대사에 나오곤 해서 웃기도 해요. 예를 들어 '당정회의 간다'는 말을 듣기만 하다 제가 하려니 너무 웃겨요.(웃음)"

최명길은 방송 중인 지난 19일 모친상을 당해 장례를 치렀다.

상가에 여야 정치인들이 몰리면서 그가 정치인의 아내라는 사실이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들 덕분에 잘 치렀다. 감사하다. 특히 촬영이 너무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마침 방송에 차질 없이 치를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상을 치르고 바로 촬영장에 복귀해 윤지숙으로 돌아온 그는 "신나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재미있고, 멋진 역을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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