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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잇단 '고독사'…죽어서도 방치된 이웃들

입력 : 2015.02.01 09:25|수정 : 2015.02.01 09:25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삼성동의 한 무허가 판자촌에서 이모(56)씨가 숨진 지 약 사흘 만에 발견됐다.

술을 많이 마시고 큰 소리로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잦아 동네에서 '역도산'이라고 불렸던 이씨의 죽음은 사흘째 인기척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이웃 주민이 그의 집에 들어가 봤다가 시신을 발견하면서 뒤늦게 알려지게 됐다.

일정한 직업 없이 혼자 산 이씨의 집 곳곳에는 피를 토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그의 사인을 간경화로 추정했다.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사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역도산' 이씨와 같이 아무도 모르게 차디찬 방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일정한 벌이도, 왕래하는 가족도 없는 탓에 죽어도 바로 발견되지 못하고 며칠째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이씨가 숨진 지 사흘 만에 발견된 삼성동 판자촌에서는 지난 1월 한 달간 최소 4건의 고독사가 발생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쓸쓸히 숨진 사람이 나온 셈이다.

지난달 23일에는 60대 남성의 시신이 일주일 만에 발견됐지만 시신의 부패가 너무 심한 탓에 아직 신원조차 파악이 안 됐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한민국 고독사의 현주소와 미래'에 따르면 2011∼2013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2천279명으로 집계됐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이 통계는 가족 등 연고가 없어 정부 예산을 투입해 처리한 시신을 대상으로 했다.

가족과 왕래 없이 홀로 살다가 숨진 뒤 경찰이나 담당 구청 등에서 유족을 찾아 시신을 인계한 경우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동 판자촌은 관악구 하천 일대를 덮어 형성된 곳으로, 원래 시유지이지만 무허가 판자촌이 들어서면서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이 모여 살게 됐다.

이곳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만 약 570명에 달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주민센터가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한 나머지는 생사나 건강상태 등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삼성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동에서 복지인력 4명, 추가인력 2명을 파견하고 센터장이 직접 주민과 만나면서 생활을 살피고 있지만 워낙 열악한 빈민가라 이 인력으로 모두 관리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외성 경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일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가족, 지역사회, 이웃 등 기존의 사회안전망이 깨지면서 노인, 장애인, 실직자들이 고독사와 같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특히 정부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경계인'(기초생활수급자와 일반인 사이의 취약계층)은 촘촘한 자원봉사네트워크를 통해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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