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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남중, 조화의 미덕 머금은 비올라처럼 온유한 그녀

이정아

입력 : 2015.01.30 13:39|수정 : 2015.01.30 13:39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는 화려한 악기들 속에서 흐름을 잡고 조화의 미덕을 온 몸에 간직하고 있는 악기가 있다면 아마 비올라일 것이다. 그래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은 인간성 또한 좋을 것 같은데 그 온유함을 간직하고 있는 비올리스트가 바로 김남중이 아닐까 한다.

김남중은 미국 뉴욕 콘서트 아티스트 재단이 주최한 ‘유망 연주자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카네기 홀에 올랐다. 뉴저지 상원의원상을 수상한 경력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자선 공연을 꾸준히 펼치는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는 역시 비올리스트답다.

바이올린, 피아노 등 화려한 악기들 사이에서 어쩌면 비올라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느낌을 주는 악기일 수도 있다.
“사실 비올라는 오케스트라에서도 그렇고 실내악에서도 그렇고 가운데 위치하는 악기다. 튀지는 않지만 화음을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무대 위 모든 악기가 중요하지만 비올라는 멜로디의 전환을 한다든지 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래서 비올라를 흔히 엄마라고도 한다. 비올라는 경청을 잘 해줘야 하기에 그런 성격이 일상에서도 묻어난다. 요즘 사회가 개인주의도 많고 협동, 융합이 잘 되지 않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게 비올라 같아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게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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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화예중, 서울예고, 서울대를 거쳐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연주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8년 반 동안 서울시립 교향악단 단원으로 수많은 연주 경험을 쌓았다. 서울예고는 실기 수석으로 입학했고 서울대 음대 관현악과 실기 수석을 하기도 했다.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셈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5학년 때까지 스피드 스케이트를 탔다. 장거리 선수였다. 발목 부상으로 그만두긴 했지만 그 덕분에 인내심을 배운 것 같다. 체력도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비올라 소리를 듣고 ‘이건 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랬던 게 전공이 됐다. 그 때부터는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고 그냥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어머니도 많이 의지가 됐다. 어머니가 상당히 강한 편이셨는데 ‘네가 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네 말에 책임져야 한다’라고 하셨다. 워낙 부모님이 내가 뭘 하겠다고 하면 안된다는 말씀을 안하시니까 나도 크게 반항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다. 힘든 점도 많을 것 같은데 그렇게 에너지가 넘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가.
“하루하루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음악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까 더 그렇다. 감사하기도 하고 본보기가 되고 싶은 생각이다. 비올라라는 악기도 그렇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거기에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할 것 같다. 비올라라는 악기를 더 들려주고 알릴 수 있으면 어떤 자리라도 감사하다.”

혹시 자신이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의심을 해본적은 없는지 궁금하다.
“시향에 들어가자마자 생각과는 달라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협업을 하는 즐거움이 컸고 그런 것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8년 반 정도를 했다. 그 때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 생활 속에서 배운 게 많았다. 비올리스트로서 관객들을 만날 길이 별로 없는데 그 속에서 큰 공연을 하니까 관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작은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좀 더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무슨 일이든 한 발 물러서서 보면 할 일이 참 많다. 한 발 물러서서 상황을 볼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말이 인상적이다. 정말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안보이던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하나를 놓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큰 기회가 오는 것 같다. 한 박자 쉬어가도 된다. 요즘 내 프로필 메시지가 ‘스텝 백’(Step back!)이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 있어도 된다. 스스로에게는 1년 쉬는 게 굉장히 큰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남들은 내가 1년을 쉬었는지 한 달을 쉬었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다. 스스로가 그 불안함을 떨칠 수 있는 지가 중요하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내게도 그런 시간들이 큰 힘이 됐다. 나 스스로를 더 갈고 닦고 내가 원하는 게 뭔가를 충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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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는 엄마들은 참 고민이 많다고들 한다.
“역시 힘든 문제이긴 하다. 아이들을 키우는데도 항상 고민이 되는데 나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가 당당한 만큼 아이들에게도 항상 당당하고 고마운 존재가 돼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들에게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자는 다짐을 한다.”

뉴욕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고 연주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포토그래퍼가 더 예쁘게 담아준 것도 같다.(웃음) 정말 잘한 일 같다. 늘 뉴욕에서 연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예쁜 한복까지 입고 공연을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앞으로도 그런 기회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도 많고 코피노 돕기라든지 여러 가지 좋은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와 관련해 뉴저지 상원의원상을 받기도 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여성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앞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 열심히 하고 싶다.”

다양한 활동을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올해도 그런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늘 응원을 보낸다.
“올해도 국내 독주회, 소외 계층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연주회, 독일에서 독주회 등을 연다. 올해는 좀 더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위한 연주를 많이 할 것 같다. 힐링 테라피와 헬스를 접목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많이 하지는 못하지만 좀 더 열심히 하면서 건강에도 더 힘쓸 계획이다.(웃음)”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정아 기자)

<사진>포토그래퍼 dd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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