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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아 사망 막아주는 '풍선 수술도구' 개발

입력 : 2015.01.30 08:18|수정 : 2015.01.30 08:18


조산 태아의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인 '자궁경부무력증에 의한 양막파열'을 막을 수 있는 수술도구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됐습니다.

조산은 임신 주수를 다 채우지 못하고 37주 이전에 분만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천500만 명의 조산아가 태어나며 그 중 110만명은 조산 합병증으로 사망합니다.

조산을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특히 위험한 게 바로 자궁경부무력증입니다.

자궁을 단단히 받치고 있어야 할 자궁경부가 임신 중기인 16주에서 23주 사이에 힘없이 열리면서 양막이 빠져나오는 질환으로, 그대로 두면 결국 태아가 조기 분만돼 대다수는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보통은 이런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양막이 돌출돼 조산이 임박하면 태아를 살리기 위해 빠져나온 양막을 자궁경부 안으로 밀어 넣고 자궁경부를 묶는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의 수술방법으로 했을 때 양막이 파열돼 태아가 사망하는 경우가 약 40%나 됐다는 점입니다.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산부인과 이근영 교수는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수술기구(Lee's Cerclage Balloon)를 고안했습니다.

30㎝ 길이의 이 기구는 한쪽 끝에 특수 고안된 도우넛 모양의 실리콘 풍선이 붙어 있습니다.

이 풍선에 공기를 주입해 돌출된 양막을 자궁 안으로 밀어 넣는데, 이때 양막에 균등한 힘이 가해지기 때문에 파열 가능성이 줄어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1998년에 국내 처음으로 응급자궁경부봉합술을 한 이후 환자가 몰리면서 거즈를 쓰는 기존 방식을 대체할 새로운 수술도구의 필요성을 느꼈다"면서 "초기에는 볼펜 껍데기에 풍선을 달아 이용하는 등의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제품화했다"고 말했습니다.

기구는 자궁경부의 팽창 정도에 따라 4가지 종류가 있으며 양막이 튀어나온 정도에 따라 적절한 크기를 골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이 기구에 대해 국내 특허를 획득한 데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의료기술 등재를 신청했습니다.

임상에서도 이 수술도구의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2010~2013년 사이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산위기에 놓인 산모 91명에게 적용한 결과, 모든 산모가 양막파열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이 가능했으며 수술 후 태아의 생존율도 78%에 달한 것으로 이 교수는 분석했습니다.

이근영 교수는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조기 분만된 태아는 사망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존한다 하더라도 호흡곤란증후군, 신경장애 등 조산에 따르는 여러 가지 합병증을 가지고 태어날 확률이 높아 태아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번 도구를 이용하면 양막파열의 가능성을 최소화함으로써 기존 방식으로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태아도 살리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저명 학술지인 미국산부인과학회지(AMERICAN JOURNAL OF OBSTERICS & GYNECOLOGY) 1월호에 발표됐으며, 저널 표지에도 소개됐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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