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러시아 억류된 채 단식투쟁 우크라 여조종사 국민영웅돼

입력 : 2015.01.29 17:01|수정 : 2015.01.29 17:01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여조종사 나디야 사브첸코(33)가 한달여 동안 단식 투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그녀의 석방을 위해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고 AP와 AFP통신 등 외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사브첸코가 "오랜 구금 생활로 건강이 크게 악화됐다"면서 우려를 표시하고 러시아가 그녀를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했다.

사키 대변인은 사브첸코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분리주의 세력에 붙잡힌 뒤 "러시아로 불법적으로 신병이 넘겨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평의회 의회(PACE)도 러시아가 24시간 안으로 사브첸코를 석방해 우크라이나로 돌아오도록 하거나 제3국으로 그녀를 보낼 것을 촉구했다.

앞서 사브첸코의 변호사는 러시아 교도소의 독방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사브첸코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단식 투쟁에 들어갔으며 이 때문에 몸무게가 12㎏이나 줄어든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위크는 사브첸코가 단식 투쟁을 벌이면서 물과 차만 마시고 있으며 그녀의 건강 악화를 우려한 러시아 당국이 며칠전부터 그녀를 독방에 수용해 포도당 주사를 맞히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사브첸코는 러시아 인권운동가이자 언론인인 조야 스비예토바에게 '러시아 정부에 상식을 촉구하기 위해' 단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브첸코는 생일인 지난 12일 접견이 허락된 변호사들에게 전달한 편지를 통해 "그들은 내 영혼을 무너뜨릴 수 없다"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러시아 정부를 상대로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브첸코는 고국인 우크라이나에서 일약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다.

온갖 고초에도 줄곧 침착함을 유지하는 모습에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사브첸코는 우크라이나 최초의 여성 공군 조종사라는 사실 때문에 내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명도가 있었다.

애초 육군으로 입대한 그녀는 공수훈련을 마치는가 하면 이라크 파병부대에서도 복무하는 등 화려한 군경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공군대학이 입학을 허락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내전 당시 사브첸코는 휴가를 내 분리주의 세력에 대항하는 민병조직 국가방위대에 가담했다가 지난해 6월 분리주의 민병대원들에게 생포됐다.

사브첸코는 수주일 뒤 러시아에 억류된 몸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사브첸코가 박격포 포격을 요청해 교차로에 있던 러시아 국영 TV방송 기자 2명을 숨지게 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러시아측 입장이다.

사브첸코의 변호인들은 이에 대해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폭격을 요청한 기록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당시 포격 현장에 없었으며 문제의 박격포 공격이 이뤄진 한두시간 앞서 분리주의 민병대에 붙잡힌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위크는 러시아 당국이 사브첸코가 영내로 납치된 뒤 변호인 접견을 일절 허락하지 않은 채 그녀를 심문했다고 전했다.

수주일 동안 9차례에 걸친 우크라이나 영사의 접견 요청을 거절했고 서적과 편지 반입, 외부인 면회도 금지하는가 하면 정신병원에 보내 억지로 정신 감정을 받도록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현재 사브첸코는 군인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이다.

지난해 10월 총선을 앞두고 율리야 티모셴코 전 우크라이나 총리가 이끄는 야당이 비례대표 의원 후보 1순위에 올린 덕분이다.

사브첸코가 옥중에 전달된 의원 취임 선서문에 서명했다는 뉴스가 전해지는 순간 우크라이나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사브첸코는 의원직을 수락하면서 전역을 신청, 군인 신분에서 벗어났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