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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공격' 진화…여성에서 '정책·부자' 문제로

입력 : 2015.01.27 05:15|수정 : 2015.01.27 05:15

'드센 여자'보다 '부자 힐러리'가 공격효과 크다 '판단'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유력한 주자로 손꼽히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반대 세력들의 공격 포인트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는 최근 '대선이 다가오면서 반대세력들이 칼날을 새로 벼리고 있다'는 기사에서 힐러리 전 장관이 첫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2008년 이후 안티 세력들의 공격점이 어떻게 바뀌었고, 바뀔 것인지를 예측했다.

힐러리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했던 2008년 대선 때만 해도 그를 따라다녔던 부정적 수식어는 '브래지어마저 불살라버리는 명문 여대 출신 여성운동가'였다. 힐러리 전 장관이 명문 여대 웰즐리 출신의 진보 여성이라는 점을 비꼰 것이다. 

심지어 '시골 출신의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드센 여자'라는 별칭도 따라붙었다. 이 수식어는 남편인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에도 나돌았다.

힐러리 전 장관이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는 상황에서 이제는 대놓고 험담하는 사람은 눈에 띄지 않지만, 예전과는 다른 수준의 반대세력이 등장하고 있다.

공화당 진영에서는 흔히 예상할 수 있는 '힐러리에 반대하는 여성들', '그저 힐러리는 안돼', '타도 힐러리' 등과 같은 슈퍼 팩(정치자금 모금단체)이 등장했다.

그러나 눈길을 끄는 것은 공화당 전국위원회가 최근 선보인 '가난한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웹사이트다.

힐러리 전 장관에 대한 공격점이 '드센 진보 여성'에서 '부자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역설적으로 예고하는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의 정체성을 여성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부자 힐러리'로 이동시킴으로써 지지세력을 약화하겠다는 심산이다.

실제로 힐러리 전 장관은 퇴임 후 "경제적으로 파탄이 났다"고 말했으나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자서전 수입, 억대를 호가하는 1회 강연료 문제로 거센 부자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와 관련, 반(反) 민주당 슈퍼팩인 '아메리카 라이징'의 팀 밀러 대표는 "2008년 힐러리 전 장관에 대한 성차별적 공격은 바보같은 전략이었으며 이는 2016년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힐러리 전 장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공격은 성 정체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내 잠룡 가운데 한 사람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조만간 '힐러리 예의주시'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국무장관 재임 당시 힐러리의 문제점을 정책적 측면에서 파헤치려 준비하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큰 효과를 보지 못했던 성 정체성 문제를 거론하기보다는 부자 문제 또는 정책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 진영도 반대세력의 공격에 예전과 다르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2008년 대선 당시 '스톱 힐러리' 웹사이트와 힐러리 반대 부엌치마 판매 운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는 것이다.

힐러리 전 장관에 대한 공격 지점의 변화에도 힐러리 전 장관을 성적으로 비하하려는 저속한 움직임도 여전하다.

힐러리 전 장관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날, '심지어 남편마저도 힐러리를 반대해요'라는 스티커가 나오거나, 힐러리 전 장관의 허벅지 형상으로 만든 '호두 까기 도구'까지 등장할 것으로 미국 정치권은 예측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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