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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팔 돈받은 검찰 수사관, 명동 사채시장서 '돈 세탁'

입력 : 2015.01.26 16:03|수정 : 2015.01.26 16:13


4조 원대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 측으로부터 15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검찰 서기관이 범행을 감추기 위해 치밀한 돈세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대구지검 서부지청 오 모(54) 서기관은 뇌물로 받은 돈을 합법적인 돈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명동 사채시장을 이용했습니다.

그는 조희팔이 숨긴 재산을 관리해온 현 모(52·구속)씨로부터 수사 무마 부탁과 함께 받은 3억 원 상당의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친분 관계가 있던 정 모(47·구속)씨 회사의 전환사채를 매입하는 데 투자한 것처럼 꾸며 '돈세탁'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는 친인척 3명의 차명계좌가 동원됐습니다.

1억 원짜리 3장의 CD를 정씨의 도움 아래 명동 채권매입 업체를 통해 현금화한 뒤 다시 이들 3명의 친인척 계좌로 돌려받았습니다.

이후 이 돈은 계획대로 정씨 회사에 전환사채 청약금 명목으로 투자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 서기관이 받은 뇌물은 일반 상장기업 투자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수사관 출신인 오 씨는 고철 사업자 현 씨로부터 뇌물을 받는 과정에서도 위장 수법을 썼습니다.

현 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투자하고, 투자 수익금을 돌려받는 형식을 취한 것입니다.

오 씨는 이를 위해 2008년 6월께 현 씨가 사실상 경영하는 M사에 1억 원을 투자한 것처럼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자신의 인척을 이 회사의 이사로 등재했습니다.

이후 오 씨는 현 씨로부터 인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5천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14년 10월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15억 7천만 원 상당의 현금, CD, 자기앞수표 등을 챙겼습니다.

그는 검찰 수사에서도 현 씨로부터 매월 투자 수익금 명목으로 일정액씩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실제 투자금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돌려받은 점과 관련 인사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이 돈이 직무와 관련된 뇌물인 것으로 결론 내렸습니다.

검찰은 오 씨가 받은 뇌물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해 추징보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은 오씨가 차명계좌로 받은 돈을 대부분 현금으로 찾는 방식을 써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민단체 등은 이번 사건이 토착화된 지역 '수사 권력'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파헤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돈을 준 조희팔 측근과 뇌물을 받은 오 서기관을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오 씨는 1990년 검찰 공무원이 된 이후 2년여 기간을 제외한 22년을 대구고·지검에서 검찰 수사관 등으로 일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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