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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서천석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 10대 소년들에게 많아"

입력 : 2015.01.23 15:05|수정 : 2015.01.23 15:10

* 대담 : 서천석 박사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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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시리아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김 모 군이 자발적으로 IS에 가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김 군은 해외여행은커녕 집밖 출입도 별로 안했다고 하던데요. 지구 반대편의 IS까지 찾아간 그 심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와 함께 김 군 트위터의 팔로워가 요 며칠 새에 몇 배 늘었고 IS 가입 방법, 조직원 접선 방법 같은 걸 묻는 SNS 글이 늘고 있어서 이러다가 제 2의, 제 3의 김 군이 나오는 거 아니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원장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장님 나와 계시지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서천석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우리나라 청소년이 이렇게 자발적으로 IS에 가입한 것으로 지금 점점 확인이 되고 있는데요. 어쩌다가 이런 극단적인 결정을 하게 된 건지 참 착잡하네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안타까운 일이죠. 이제 가서 벌어질 일이 어떤 일일지 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금 아직 확인은 안 되지 않았습니까? 근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 군이 중퇴하고 집에 칩거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IS에 가담하게 된 김군의 심리와 관련한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근데 원장님께서는 정신과전문의로서 이런 추측들에 대해서 상당히 우려하고 계시던데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사실 아이를 직접 만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아이가 어떤 심리적인 상태에 있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언론에서는 아이의 정신과적인 진단까지 추정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정신과학회에서는 그런 식으로 특정 개인에 대해서 미디어에 보도된 내용을 통해서만 심리를 추정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또 인권침해적인 요소도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직접적인 대면을 통한 충분한 대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정적으로 결론 내는 거 참 위험하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사람들이 궁금해 하긴 하는데요. 그 아이 심리가 어땠을까, 근데 그건 만나보지 않으면 정말 그 아이 심리가 어땠을지 다 알 수 없는 거거든요.
그걸 막연하게 추측해서 이야기하는 건 아무 도움도 되지 않고 그냥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근데 전문가가 그런 행위를 하면 좀 위험성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김 군의 생활환경이라든가 남겨놓은 글 같은 걸 보면 일정 부분 어느 정도 유추는 좀 가능할 것 같은데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아이가 장기간에 걸쳐서 혼자 집에서 고립돼가지고 지냈던 걸로 보여요. 사실 그런 친구들이 꽤 있거든요. 우선 왜 고립되었는지 그것이 문제의 출발일 수가 있어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고 학교폭력의 희생자여서 이렇게 됐을 것이다라고 보지만, 거꾸로 어떤 이유로 아이들과 어울리기에 좀 어려운 일부 학교폭력의 희생자도 되고 또 결과적으로 그런 또 엉뚱한 생각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까지 이 아이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이유가 숨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요, 혼자 지내다 보면 사회적 규범이나 문화적 가치나 이런 거하고 동떨어진 생각을 갖기가 쉽거든요. 그리고 논리 전개도 좀 독특해집니다. 우리도 혼자 생각하다 보면 좀 엉뚱한 생각을 하기 쉬운데 남하고 대화하면서 자기 생각을 교정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나 보면서 생각을 바꿔나가는데 혼자 지내다 보면 그런 교정 과정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게 또 생각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끌고 가게 하는 이유가 되는 경우가 많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잘못된 생각을 하더라도 그걸 바로잡을 수 있으려면 사람들과 좀 대화도 나누고 그래야 되는데 그런 타인과의 교류가 전혀 없다 보니까 그 생각에 더 빠질 수도 있다 하는 그런 말씀이시네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거기다가 또 고립된 이유가 사회적인 공격,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거나 폭력을 당해서 혼자 고립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오히려 반대로 생각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자기 방어를 위해서 더 엉뚱하게 논리 전개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하잖아요.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다. 그래서 IS가 좋다.’ 이건 또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건 사실 굉장히 많은, 상당수 많은 청소년들이 남자아이들이 갖고 있는 요즘의 심리라고 볼 수도 있어요. 아이들이 느낄 때 여자아이들에 비해서 자기가 유리한 점은 거의 없는데 반면에 군대도 가야 되고,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불리한 점은 많이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근데 페미니스트들은 여성 권리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이렇게 오해를 하는 거죠. 남성의 권리를 상대적으로 무시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페미니스트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것에 대해서 그럼 내 권리는 누가 옹호해주나. 어떻게 보면 내 권리, 내 어려운 점도 좀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아이들이 여성 권리에 대해 옹호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식으로 논리 전개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또 이런 글도 남겼잖아요. ‘나라와 가족을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청소년기에 이런 생각도 흔히 할 수 있는 건가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청소년기에 그런 생각을 하죠. 어디 떠나고 싶다. 새로운 곳에서 새 출발하고 싶다. 특히 이 아이를 보면 굉장히 적응을 못했잖아요. 적응을 못 하고. 어떻게 출발해야 되겠는데 이 환경이나 이 조건에서는 새로 출발할 방법이 잘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그런데 IS라는 곳에 가면 거기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는다고 그러잖아요. IS에 들어가면 이름을 준다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새로운 정체성, 지금은 굉장히 약하고 무시 받고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받는데 거기서는 강하고 무언가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이런 아이의 소망이 IS로 가는데 어떤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이런 추정은 가능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공부만 해야 되고 숙제해야 되고 부모님은 막 잔소리하시고 이래서 정말 이 나라 떠나고 싶다 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하겠지만요. 근데 실제로 그렇게 극단적인 결정까지 가는 경우는 또 많지 않잖아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근데 그런 친구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도 극단적인 결정을 많이 했고, 또 이번에는 IS라는 게 생기다 보니까 그쪽으로 결정을 하게 됐는데 예전에는 북으로 월경하고 이런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거기에선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좀 달라져서 이슬람권으로 이렇게 떠나는 아이들이 생기는데 그런 친구들은 어느 정도 있었고 그렇게 현실적으로 떠나지 못하는 친구들은 게임 세계에서 떠난다든지 게임 속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가지고 그 속에서는 현실에선 되게 약하고 별 볼 일 없지만 게임에선 되게 자기가 강하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 식으로 현실세계에서의 어떤 어려움을 다른 세계에서 극복하려는 아이들은 항상 있어왔고, 지금 굉장히 잠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친구들은 많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IS를 어떻게 보면 게임의 세계로 착각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선전도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IS가?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게임 때문에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아닌데 아이들이 지금의 자기 정체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현재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자기가 의미 없는 존재라고 느낄 때 새로운 공동체에서 다른 정체성을 갖고 새 출발하고 싶다. 그것을 도와주는 곳이 있으면 그곳이 나의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 면에서 보면 IS에 들어가서 새로운 이름을 준다, 이게 상당히 의미가 있는 거네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IS에서는 새로운 이름을 주고 새로운 생활공간에서 동지로서 생활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이 현재 공동체에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유혹적인 제안일 수가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다가 묘한 영웅심리 같은 걸 자극하는 점도 있는 것 같아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IS가 굉장히 힘이 강하지 않습니까?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도 맞먹고 어떻게 보면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한 폭력을 행사하는 면이 보이는데 이것이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강한 힘, 자기가 되게 약하다고 생각하는 친구 아니겠습니까? 그런 친구들 입장에서는 강해지고 싶은 열망이 높은데 그런 열망을 채울 수 있는 어떤 곳이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사실 보면 아주 참혹하게 사람들을 살해하는 그런 장면도 공개되고 있고 잔인성도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 그런 면조차도 지금 제대로 분별할 수 없는 거군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런 잔인성이라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을 좀 어떻게 보면, 자기가 눈앞에서 본 건 아니니까 더 거기에 열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폭력장면이라는 게 눈앞에서 보면 너무나 사람에게 충격을 주는데 멀리서 느낄 때는 또 그런 충격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하나의 어떤 영화나 게임처럼 그 정도 수준에서 느끼다 보면 오히려 거기에 호기심이나 흥미를 가질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근데 지금 보면 김 군 트위터 팔로워가 며칠 새에 아주 크게 늘었다는 거고요. IS 가입이나 접촉 방법 같은 걸 물어보는 사례도 많이 늘어서 지금 걱정이 많습니다.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우리나라가 이슬람 종교가 별로 없다 보니까 지금 김 군이 처음 이런 결행을 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만약 이슬람 문화가 있다면 상당히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려는 시도를 했을 것 같아요. 중국만 해도 지금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다른 아시아권에서는 참여하려는 친구들이 그전부터 쭉 있어왔거든요. 저는 우리나라도 잠재적으로는 IS나 이런 데 호기심을 가지고 흥미를 갖고 가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중국에서는 백 명이 넘는다는 그런 얘기도 나오고 있더라고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예. 3백 명이 넘고 위구르 족 같은 경우는 이슬람 문화이기 때문에 쉽게 더 들어가기가 쉽죠.
 
▷ 한수진/사회자:
이러다 정말 제 2의, 제 3의 김 군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어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 한수진/사회자:
사실 우리 청소년들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고 내면이 좀 피폐해진 상황이잖아요. 학업 포기자가 7만 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일단 이건 공동체에서 배제된 아이들에 대해서 그 아이들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지 이 아이들을 다시 사회에서 포용하고 같이 사회 속에서 하나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면이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이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죽은 존재로, 아무도 모르는 존재로 숨어 살든가 아니면 이렇게 새로운 삶을 꿈꾸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쉽습니다. 공동체에서 포용하지 않으면 다른 공동체를 찾아 떠나는 건 인간의 어떤 속성이라고 볼 수도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소속감, 또 자존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도와줘야 되겠네요.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그 아이들이 버려지지 않은 존재라고 느낄 수 있게 너희들도 우리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 이런 느낌을 얻을 수 있게 사회가 좀 더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서천석 박사/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이신 서천석 박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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