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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탈북자 신동혁씨 증언 번복에 인권공세 대반격

입력 : 2015.01.23 15:01|수정 : 2015.01.23 15:01


북한 인권탄압 실상의 대표적인 증인인 탈북자 신동혁 씨가 증언의 일부를 번복하면서 본인이 정치범수용소 출신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상 시인함에 따라 그의 진술의 기본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3일 신동혁 씨 증언 번복 파문을 계기로 그동안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존해온 북한인권운동 전반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된 것을 기회로 삼아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공세에 대한 반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신동혁 씨 증언 번복의 핵심은 본인이 감금됐던 수용소가 '14호'에서 '18호'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4호는 정치범수용소이지만 18호는 일반 범죄인을 위한 수용소이기 때문에 자신이 형사범수용소 출신이라는 것을 시인한 것이 된다.

북창 18호 관리소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는 "북창 18호 관리소는 국가안전보위부가 관리하는 정치범수용소와 달리 인민보안성(현 인민보안부)이라 하는 경찰이 관할하는 수용소"라며 "뇌물수수 등의 경제사범을 주로 관리한다"고 확인했다.

따라서 신동혁 씨가 진술한 자서전 '14호 수용소의 탈출'은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일반 형사범수용소에 관한 진술이기 때문에 그의 주장의 기본 전제가 완전 거짓이 돼버렸다.

또 신씨는 부모가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면서 본인도 13세에 수용소에 들어갔다고 자서전에서 주장했지만 수용소 입소 나이를 20세로 번복했다.

본인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미성년자 나이인 13세에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면 연좌제에 의한 것이란 설명에 부합하지만 성년인 20세에 18호 수용소에 감금됐다는 것은 자신의 범법행위에 의한 처벌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이처럼 스스로 중대한 결함을 시인한 신씨의 증언 번복이 있은 지 4일 만인 지난 21일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신 씨의 증언에 기초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와 북한인권결의안이 무효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같은 주장을 담은 서한을 보냈으며 서세평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도 유엔 인권이사회에 거짓 증언에 기초한 대북 비난의 중단을 요구했다.

나아가 북한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정치범수용소가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마저 부인하면서 인권문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신 씨의 일부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났음에도 북한의 인권유린은 명백하다고 강조했으며 마이클 커비 COI 위원장도 같은 입장을 피력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은 신 씨의 거짓 증언 파문을 대북 인권 공세를 무력화할 '호기'로 잡고 지속적으로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서세평 대사가 오는 3월 열리는 유엔 인권이사회 전체회의에 리수용 외무상이 참석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북한의 반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리 외무상이 인권이사회에서 신 씨의 거짓 증언 파문을 거론하며 대북 인권 공세를 문제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작년부터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는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거부됐다.

또 북한은 인권 공세가 북한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체제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정치적인 '모략'이라고 주장해온 만큼 국제무대에서 탈북자들을 전부 '범죄자'로 매도하며 그들의 증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금까지 북한 인권문제 제기는 탈북자 증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북한이 신동혁 씨의 거짓 증언 파문을 계기로 탈북자를 매도하고 자신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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