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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연방정부 낙태지원 금지법 통과

입력 : 2015.01.23 05:16|수정 : 2015.01.23 05:16

백악관 "출산자유 침해"…오바마 거부권 시사


공화당이 주도하는 미국 하원이 22일(현지시간) 낙태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을 영구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 크리스 스미스(공화·뉴저지) 의원 등 공화당 의원 21명이 발의한 '낙태 정부지원 금지법'(HR 7)을 표결에 부쳐 찬성 242표, 반대 179표로 통과시켰다.

현재 미국 연방정부는 강간,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심각한 위험에 빠져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에 대한 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으며 의회는 매년 세출법안을 통해 이를 강제하고 있다.

하원은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당시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던 상원에서 심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폐기됐다.

이 법안은 연방정부의 자금지원 중단에 따라 '오바마케어'를 이용해 낙태 보험금을 받으려는 많은 개인들과 회사 종업원들이 세금공제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이 법안이 출산의 자유와 보험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 법안은 여성들의 출산 자유와 의료혜택에 대한 접근을 침해하고, 많은 미국인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늘리며, 불필요하게 개인보험의 선택을 제한한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연방정부는 오랫동안 강간이나 근친상간, 산모의 건강이 위협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낙태에 대한 지원을 금지해는 정책을 펴왔다"며 "이 같은 금지조항은 '오바마케어'와 대통령 행정명령 13535호에 의해서도 보장돼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통과된 낙태 정부지원 금지법안은 당초 임신 후기 산모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치려다가 당내 여성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를 철회한 이후 '대체입법'으로 제시된 것이다.

낙태금지 법안은 강간을 신고한 경우, 18세 미만으로서 근친상간을 당한 경우,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신 20주 이상 산모들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의원들과 당내 중도파 의원들은 예외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반발하자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비롯한 공화당 지도부는 낙태금지 법안 상정을 철회하기로 결정하고 21일 밤 하원 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체입법안을 마련했다.

낙태금지 법안에 반대하는 대표적 여성의원들인 리니 엘머스(노스캐롤라이나) 의원과 잭키 월로스키(인디애나) 의원은 "강간을 신고한 경우에만 예외로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법무부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보복 등을 우려해 70% 이상 신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도 성향의 찰리 덴트(펜실베이니아) 의원은 낙태금지의 예외가 되는 근친상간 피해여성의 연령을 18세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모든 여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워싱턴DC 내셔널 몰에서는 전국적으로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낙태를 합법화한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사건'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민주당은 이날 공화당이 하원에서 낙태 정부지원 금지 법안을 통과시키자 "시위대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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