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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종부세 트라우마 속 증세론 '만지작'

입력 : 2015.01.22 11:54|수정 : 2015.01.22 11:54


연말정산 파동이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금기어로 여겨졌던 증세론이 불거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했다가 실패로 귀결된 종합부동산세 트라우마의 여파로 여전히 공식으로는 전면적 증세가 아닌 부자감세 철회라는 어정쩡한 기조이기는 하지만, 결국 정공법으로 사태를 돌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22일 정책조정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진정 바라는 것은 '증세 없는 복지'라는 거짓 사탕발림도, '복지 없는 증세'라는 뼈아픈 현실도 아닌, 세제 형평성과 조세정의라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와 조세 형평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인 만큼 일정 부분 증세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경제통' 의원들은 더욱 구체적으로 증세론 불지피기에 나선 형국이다.

기획재정위 야당 간사인 윤호중 의원은 "재벌 대기업의 법인세율 인상을 포함해 국민의 세금 부담 전반에 걸친 대책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증세 논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야당 간사인 이춘석 의원도 MBC 라디오에서 "재정지출이 계속 증가할텐데 이 재원을 어디에서 감당할 것인가에 대해 정말 고민할 시점이 됐다"고 언급했다.

기재위 소속인 박영선 의원은 "불로소득에 대한 세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라며 자본소득세제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국세청장 출신인 이용섭 전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정부가 감세기조를 버리고 조세부담률을 적정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복지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조세부담률은 너무 낮다"라며 증세를 요구했다.

특히 2·8 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도 상당 부분 증세에 공감을 표하고 있어 조만간 공식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11월 '소득주도성장' 2차 정책토론회에서 "부자감세를 철회하고도 재원이 부족하다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증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의 불평등 지수를 개발하고 이 지수에 연동해 부자들로부터 추가 세금을 걷는 '불평등세(브랜다이스세)' 도입을 제안했다.

박지원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자증세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1% 부자에게 증세를 하겠다고 했는데 현실적으로 맞는 부자증세는 필요하다"고 언급, 법인세와 종부세 환원을 촉구했다.

정동영 전 상임고문이 합류한 '국민모임' 신당 추진세력도 23일 부산 토론회에서 증세를 포함한 세금 문제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야당의 증세론에 기름을 부을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아직 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메시지는 분명치 않아 혼선을 부추긴다.

'법인세 정상화', '법인세 환원', '부자감세 철회' 등 세금 증가가 아니라 단지 원상회복이라는 인상을 주는 용어를 고집하는 것도 증세에 대한 당내 거부감 탓으로 보인다.

심지어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증세를 위한 대타협 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가 곧바로 공식 당론이 아니라며 허겁지겁 주워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증세가 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소재인 데다 노무현 정부가 종부세 파동으로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조기 레임덕에 빠지고 결국 정권을 빼앗긴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종부세가 상위 1% '슈퍼 리치'에 해당된다고 누차 강조했으나 보수 언론과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세금폭탄'이란 조어로 이념 프레임으로 끌고 가면서 선거에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2010년 '담대한 복지'를 기치로 내걸고 정치권 거물로는 최초로 부유세 도입을 주창한 당시 정동영 최고위원의 제안이 손학규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 등 당내 반대로 무산됐던 것도 증세가 갖는 휘발성 탓이 컸다.

따라서 연말정산 사태에서 발화한 이번 세제 논란도 전면적인 증세보다는 그동안 요구해온 법인세 일부 인상 등으로 적당한 수준에서 타협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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