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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애를 낳으라는데…맡길 곳이 없어요"

심영구 기자

입력 : 2015.01.21 13:31|수정 : 2015.01.21 13:31

맞벌이 여성이 직장을 관두는 주된 이유는…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태를 보면서 마음 아팠을 분들 중 한 그룹은 맞벌이 가정일 듯하다. 도저히 안심할 수 없어 어린이집에 그만 보내고 싶더라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구호 내지는 선언이 나온지 한참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게 맞벌이 가정의, 특히 여성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심정을 심층 면접조사한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은정 부연구위원 등 연구팀이 낸 '자녀양육 실태 및 돌봄지원 서비스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 내가 주목한 부분은 [4장 4절 일 가정 양립 및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다. 

연구팀은 2014년 8월~9월, 만 6세 이하(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 기혼여성 511명을 1대 1 면접조사했다. 면접 당시 맞벌이 여성은 355명, 홑벌이는 156명이었다.(연구팀은 맞벌이 대 홑벌이 비율을 7:3으로 맞췄다.) 맞벌이 여성 중 97.5%는 재직 중, 2.5%는 휴직 중이었다.


-경력 단절은 '취업했다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사유로 노동시장을 떠난 경우'로 정의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은 포함되지 않고 퇴직이 이에 해당한다. 
취파_640맞벌이 여성은 경력 단절을 경험한 주된 이유로 '출산 후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서'를 절반 가량이 꼽았다. 46.7%. 그 다음 이유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서' 19.6%,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직장 분위기 또는 불이익 때문에'가 12.1%,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어서'는 6.5%에 불과했다.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었다는 답변을 빼고는 사실 상위 3개의 답변이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으니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것이고, 또 그런 상황이라 직장 분위기도 안 좋고 불이익도 받게 되는 식이다. 이 모두가 해당하겠지만 응답자는 그중 제일 와닿는 걸 골랐을 성 싶다.

홑벌이 여성은 현재 경력이 단절된 상태다. 이들은 경력 단절을 경험한 주된 이유로 '직장과 육아 병행이 어렵다' 22.9%,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직장 분위기 또는 불이익 때문에' 21.7%, '결혼준비를 위해서' 18.1%, '임신을 위해서' 8.4% 순으로 답했다. 맞벌이와는 달리 결혼준비나 임신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있는데 이 역시 결혼과 임신을 하면 직장 생활이 수월하지 만은 않기에 이렇게 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취파_640-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육아정책연구소 자료를 토대로, 2008년~2011년까지 4년간 맞벌이를 유지한 경우와 홑벌이를 유지한 경우, 맞벌이에서 홑벌이, 홑벌이에서 맞벌이로 이동한 경우를 따져봤다. 홑벌이 유지는 58.5%, 맞벌이 유지는 15.1%,  맞벌이에서 홑벌이는 12.0%, 홑벌이에서 맞벌이는 14.4%였다. 자녀 양육을 홑벌이 상태로 하는 비율이 아직 60% 가까이 되고 있으며 맞벌이를 유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또 맞벌이에서 홑벌이로 가는 경우는 자녀가 어릴수록, 홑벌이에서 맞벌이로 가는 건 자녀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질 때라서, 영아 시기엔 직장을 그만 뒀다가 유아로 넘어가면서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서는 여성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비하면 중소기업 쪽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양육비용 부담은 다소 개선됐지만, 과중한 양육 과 가사부담에 대한 어려움은 오히려 증가했다.

가정 내에서의 가사노동과 양육부담에 대한, 여전한 성 불평등을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남편의 육아 휴직 장려라든가...) 또 비용 지원과 함께 육아 지원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연구팀 판단이다.

*원문을 비롯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의 연구보고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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