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말 한마디 없이 '1박2일' 재판받은 충북교육감

입력 : 2015.01.21 10:55|수정 : 2015.01.21 10:55


기부행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1박2일'에 걸친 기록적인 재판을 받았으나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법정을 나왔다.

지난 20일 오전 9시30분 청주지법 형사합의11부(이관용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교육감의 5차 공판은 장장 16시간이 걸린 21일 새벽 1시30분에야 끝이 났다.

검찰 측 핵심 증인이자 김 교육감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충북교육발전소 엄모(43) 사무국장의 증인신문이 길어진 탓이다.

이 때문에 애초 이날 예정됐던 김 교육감에 대한 구형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재판부가 소환한 증인이 14명에 달해 이날 재판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정작 단 두명의 증인만 법정에 출석했고, 신문도 1시간 만에 모두 끝났다.

이 때까지만 해도 법조계와 취재진은 이날 김 교육감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물론, 검찰 구형까지 갈 것으로 내다봤다.

검찰 측도 "증인신문이 끝나고 피고인 신문이 진행되면 구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은 검찰 측이 소환한 증인 신문이 시작되면서 바뀌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선 3명 가운데 엄 사무국장에 대한 검찰 측 증거자료가 무려 A4용지 50여 페이지에 달하면서 마라톤 신문이 이어졌다.

엄 국장에 대한 신문이 2시간여 남짓 진행된 오후 7시께 법원 관계자는 "증거자료가 50페이지가 넘는데, 아직 10여쪽을 질문하는데 그쳤다. 반의반도 진행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법정 녹음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중간에 재판 진행이 중단된 것도 마라톤 재판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판이 길어지자 재판부는 수차례 휴정에 들어가면서 "검찰이 같은 취지의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며 "시간관계상 겹치는 부분은 생략해달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자정을 넘겼음에도 검찰 측 신문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재판부가 검찰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재판장인 이관용 부장판사는 "방청석에 계신 분들은 가고 싶다고 얘기라도 할 수 있지만, 재판부나 증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며 "미처 못한 신문은 다음 기일로 넘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재판(22일)은 오후 10시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시간이 초과하면 무조건 끊고 다음(27일)에 이어가겠다"고 못 박았다.

검찰이 엄 사무국장에 대한 신문이 21일 새벽까지 이어지면서 정작 피고인 신문에 대비, 이날 하루 일정을 모두 비우고 법정에서 대기했던 김 교육감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한 채 증인 신문만 지켜보다 발길을 돌렸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참여재판은 더러 새벽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있지만 선거법 관련 재판이 이렇게 길어진 건 청주지법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흔치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검찰은 지난 2013년 김 교육감이 6·4 지방선거 전 대표로 있던 충북교육발전소가 어버이날 행사를 하면서 학생들이 쓴 편지를 양말과 동봉해 학부모에게 보낸 것은 기부행위이며, 추석 때 본인 이름으로 회원들에게 편지를 발송해 지지를 호소한 것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주장해왔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