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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액면분할 시나리오, 지주사 전환엔 영향줄까

입력 : 2015.01.21 06:23|수정 : 2015.01.21 06:23

지분율 자체엔 변화없지만, 주주 지지 얻으려면 분할이 유리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주식 액면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식 분할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21일 삼성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명진 삼성전자 전무는 전날 한국거래소 주최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액면분할을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결정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가가 높고 거래량이 적어 '지나치게 몸이 무거운' 주식의 거래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 방향에 일정부분 화답했지만, 확답을 주지는 않은 셈이다.

삼성전자 주식 액면분할 얘기가 들려오자, 삼성 주변에서는 "사실이라면 빅뉴스"라는 반응이 나왔다.

물론, 삼성전자 주식의 액면분할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비롯해 그룹 지배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전일 종가 기준으로 137만2천원인 삼성전자 주식이 만일 10대 1로 액면분할해 13만7천원대가 되더라도 주식 수만 10배로 많아질 뿐 지분율은 변함없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액면분할은 삼성전자가 그동안 여러 갈래로 준비해온 주주친화정책을 완성한다는 의미에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조원대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체 지분의 1.12%를 취득하는 것으로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삼성그룹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29.85%까지 올라가게 된다.

자사주 매입도 대표적인 주주친화정책이다.

또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자사주는 통상 의결권에 제한을 받지만, 삼성전자가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투자회사에 귀속시키면 의결권이 부활하는 '지주사의 마법'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과 더불어 월가의 기관투자가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끊임없이 요구해온 것이 바로 배당확대와 액면분할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시가 배당이 최소 3% 선은 돼야 한다고 요구한다.

글로벌 IT기업들이 대부분 3∼4% 배당을 하는 관행에 맞춰달라는 것이다.

헤지펀드 투자자인 칼 아이칸은 애플에 자사주 매입과 액면분할을 끈질기게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애플도 3년 전 7대1 로 액면분할을 하는 등 4차례나 주식을 쪼개야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발표한 자사주 매입에 이어 배당확대와 자사주 매입까지 종합적인 주주친화정책을 발표하면서 전격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서 가장 민감한 이슈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이다.

삼성이 지난해 시도한 일련의 구조재편 작업에서 유일하게 제동이 걸린 것이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다.

삼성중공업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 청구권의 규모가 계약상 예정된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도 이같은 주식매수 청구권 이슈를 피해가려면 일련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주가가 완연한 오름세를 타야 하고 주주들의 흔들림없는 지지를 얻어야 한다.

삼성전자를 분할하는 지주회사 전환과정은 전자홀딩스가 신주를 발행하고 특수관계인 및 그룹 계열사가 사업부문 주식 현물로 출자한 뒤 주식 스와프(지분교환)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이 뒤따라야만 성립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주주들이 주식매수 청구권을 다량으로 행사할 경우 전체 시나리오 전개 과정이 한순간에 꼬여버릴 수도 있다.

제일모직처럼 대주주와 우호주주 지분율이 절대적인 기업이라면 이런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삼성전자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식이 지금처럼 130만원대라면 주가가 200만원으로 오르기가 매우 어렵겠지만, 13만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만원대로 쉽게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처럼 주가 상승의 탄력성을 높이는 작업이 결국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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