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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플러스] 홈플러스, 납품 업체에 돈 꿔달라…'갑의 횡포'

안현모 기자

입력 : 2015.01.20 10:59|수정 : 2015.03.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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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홈플러스가 한 중소 신발 납품업체에 파견 사원을 고용하라고 강요하고 일방적으로 물건을 반품하거나 강매시키는 등 갖은 방법으로 갑의 횡포를 부려 온 정황 지난 주말 보도해 드렸죠.

뉴스가 나간 이후 SBS 홈페이지에서만 7만 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기사를 보고 저마다의 비슷한 경험들을 댓글로 달았는데요.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내용을 취재한 김종원 기자도 시간관계상 리포트에는 다 담지 못한 나머지 사례를 취재파일로 남겼습니다.

그중 하나가 홈플러스가 수차례 돈을 꿔달라고 했다는 사실입니다.

광고비다 물류비다 해당 사항도 없는 항목을 만들어서 세금 계산서를 발급하고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 갔다는데요.

납품업체 사장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전진우/홈플러스 납품 신발업체 사장 : 아니 무슨 대기업에서 저같이 힘든 사람한테 돈을 빌려달라는 거예요. 그래서 아니 무슨 소립니까, 바이어님. 자기네 회계 장부를 맞춰야 하는데, 돈이 모자라니까 3천만 원만, 원래 5천만 원을 얘기했어요. 그래서 난 그런 돈이 없다 그러니까 "정말 이러시기에요?" 하고 끊는 거예요.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거예요. 보복 같은 게 올까 봐….]

처음엔 곤란하다며 거절하다가도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얼마를 빌려줬다며 압력이 들어오면 혹시라도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서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워낙 많은 업체와 거래하다 보니 가끔 오류가 생기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했는데요.

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결국,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제 언론사에 제보까지 한 이상 홈플러스는 물론 다른 어떤 대형마트와도 절대로 계약할 수 없을 거라며 말입니다.

18살 때부터 신발 공장을 다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신발 하나밖에 없다는 이 분, 다시 말해 신발 장인이나 다름없습니다.

거대 유통기업의 끝없는 갑질 속에 우리 사회 얼마나 많은 우산 장인, 그릇 장인, 또 모자 장인들이 고통받고 있을지 감시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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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미국에서는 매너 없는 고객들이 한 피자 배달원에게 갑의 행세를 했다가 인터넷에서 대대적인 망신을 당했습니다.

LA에서 박병일 특파원이 전해온 소식 함께 보시죠.

여기는 매사추세츠 주의 한 자동차 대리점인데요.

직원들이 피자를 시켜먹은 뒤 거스름돈을 받지 못했다며 이미 떠나간 배달원을 다시 돌아오게 했습니다.

화면 속에서 수염을 기른 남자가 지폐를 건네고 있죠.

이 배달원은 미국에서 팁을 주는 게 당연한 문화니까 잔돈 7달러가 팁인 줄 알고 가져갔다가 도로 불려 와서 동전까지 고스란히 돌려준 겁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 염치없는 고객들이 팁을 한 푼도 주지 않고 배달원을 왔다 갔다 하게 한 것도 모자라서 고압적인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매니저가 너 때문에 한 번 사과했는데, 또 사과하게 하고 싶어? 빌어먹을 사장이랑 매니저한테 전화해서 저놈 잘라버리라고 해!]

한 명은 지금 모든 게 녹화되고 있다며 큰소리까지 쳤는데요.

오히려 나중에 이 장면이 공개되자 해당 가게 사장은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에 공식 사과를 하는 처지가 됐고, 영상 속 파란 옷을 입은 남자는 정직원이 아니며 모자 쓴 여자는 해고됐다고 해명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시카고에 사는 한 여성은 단돈 7달러로 치욕을 느껴야 했던 이 배달원을 위해 기금 모금 페이지를 개설했습니다.

그러자 나흘 만에 3천 명에 가까운 네티즌들이 동참해 3만 달러가 넘는 돈이 모였습니다.

가장 높은 금액 1천 달러를 보내온 한 사람은 자신도 한때는 웨이터였다며 기부 사유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 내에서도 서비스직 노동자들이 겪는 고충에 대해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는데요.

기금 모금을 처음 시작한 여성은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운동 취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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