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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부 설명 서툴러…소득공제 늘리면 복지 못 해"

입력 : 2015.01.20 10:15|수정 : 2015.01.20 11:25

* 대담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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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연말정산 보완 방침을 밝힌다고 합니다. 어떻게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더 내야 하냐, 13월의 보너스라고 불리던 연말정산이 세금폭탄으로 변질됐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과연 그럴까요? 전문가와 함께 꼼꼼히 따져보겠습니다.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 전화연결합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2013년도에 법이 바뀌면서 고소득자 세금이 좀 늘어날 것이다, 예고가 됐긴 했는데. 막상 연말정산 시즌이 되니까 다시 논란이 되는 거죠?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예. 애초 기획재정부 발표로는 소득 5천 5백만 원 넘는 사람들만 세금이 늘고, 중간에 5천 5백에서 3천 5백 소득은 변하지 않고, 3천 5백만 원 이하 소득자들은 오히려 세금을 덜 내게 될 거다, 대략 이렇게 발표를 했는데요. 막상 연말정산을 시작하다 보니까 5천 5백만 원 이하 소득자에서도 세금을 더 내야 되는, 작년에 비해서 세금을 더 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 좀 짚어봐야 될 것 같은데요. 일단 가장 큰 변화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거잖아요. 그 차이부터 쉽게 설명을 해주실까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소득세 계산되는 과정을 보면, 자기 소득이 있고 여기에 세율이 곱해져서 자기 세금이 산출되는 건데요. 소득공제는 세율이 곱해지기 전 소득에서 일부 금액을 빼주는 거고. 세액공제는 말 그대로 세금이 계산된 결과에서 일부 세금을 깎아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 드릴게요. 6살 이하의 자녀가 한 사람 있다면, 작년까지는 백만 원을 소득에서 공제해줬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세율이 6%인 낮은 소득자들은 백만 원의 6%인 6만 원을 세금 절감했고요. 고소득 계층, 즉 38% 세율이 적용되는 사람이라면 백만 원 소득공제에 따라 38만 원 세금을 절감한 거예요. 따라서 소득공제는 동일한 금액이 공제되더라도 소득이 높은 사람일수록 세금을 더 많이 감면받는, 역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이런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고소득자에게 유리하다?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네, 근데 이걸 세액공제로 바꾸면, 그냥 동일하게 15만 원을 세금에서 빼주는 겁니다. 그래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건 기존의 역진적 성격을 갖고 있던 세금 절감 방식을 하후상박적으로 재조정한 겁니다. 그래서 자녀공제,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 이런 것들을 다 바꾼 거죠. 저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뀐 건, 역진적 공제가 하후상박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전향적인 조치라고 이해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방향 자체는 옳은 거다, 변한 방향 자체는 옳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 세법이 바뀌면서 세수도 좀 확대가 되는 거죠?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9천 억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가 납니다. 그래서 두 가지가 이루어진 건데요. 소득공제의 역진성을 바로 잡으면서 중상위 계층 이상자부터 소득 세금을 누진적으로 더 내게 했고요. 이 과정에서 증세도 일부 한 거죠. 한 9천 억 정도.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지금 한 시민단체에서 시뮬레이션한 결과를 내놓고 있는데. 연봉이 3-4천만 원 받는 사람들도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된 거라고 봐야 될까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정부 발표와 납세자연맹 발표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나는 이유가, 두 발표 다 근거가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시뮬레이션을 할 때는 소득계층별 평균 세금 증가 혹은 감소액만 발표한 겁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가 가구별로 보면 5천만 원 버는 가구일지라도 아이가 몇 명이 있느냐, 교육비를 얼마나 지출하느냐, 즉 연말정산에는 수십 개의 항목들이 있습니다. 이 항목들의 조합으로 여러 가구별 유형이 만들어지는데. 평균값은 세금이 늘진 않지만, 어떤 가구 유형에서는 세금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납세자연맹에서는 그런 경우를 뽑아서 발표한 거죠. 그래서 자녀가 출생한 해, 올해 만약에 아이를 낳았다면 이런 가구인 경우에는 작년에 비해서 세금을 조금 더 내게 되고요. 또 3인 이상의 다자녀 가구들은 세금을 조금 더 내게 됩니다. 그래서 납세자연맹에서 이런 가구 유형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한데요. 제 생각엔, 또 너무 축소하게 사례를 구성하다 보니까, 세금이 많이 늘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사례의 지나친 면도 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부는 평균값으로 계산을 한 거고, 시민단체 같은 경우는 구체적인 것을 대입을 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란 말씀이시군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그렇죠. 그래서 평균값에서 5만 원이 세금이 더 늘어난다고 기획재정부는 발표했지만, 개별 가구로 가다 보면 5만 원이 느는 게 아니고 20만 원이 느는 가구가 있을 수도 있고요. 실제로 5만 원 느는 게 아니라 20만 원 줄어드는 가구도 있을 수 있죠. 근데 기획재정부는 이런 가구별 유형을 세세히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고, 알렸어야 되는데, 시민단체에서는 세금이 느는 가구 유형을 이번에 발표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도 말씀하셨지만, 사실 정부에서도 그런 면까지도 세세하게 알렸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국민들의 조세 감정을 생각한다면 미리미리 그런 건 알렸어야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지 않다 보니까 세금 폭탄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는 거고요. 특히 미혼자 같은 경우가 참 불만이 많던데요? 사실상의 싱글세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고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가장 대표적인 게 미혼입니다. 왜냐하면 자녀가 있는 경우에 세제혜택을 이번에 더 많이 부여했어요. 연봉 4천 이하자인 경우에는. 따라서 연봉 4천만 원이 안 되고 아이가 한 명이나 두 명이 있을 경우에는 작년에 비해서 세금을 많이 덜 내게 돼요.

그런데 애가 없을 경우에는, 연봉 3천만 원 싱글은 자녀 공제 혜택이 아예 없다 보니까, 그 대신 자녀 공제 혜택을 제공하면서 근로 소득 공제를 일부 줄여버렸어요. 그래서 혜택을 받는 건 못 보고 세금이 느는 항목만 싱글들한테 적용되다 보니까, 싱글은 오히려 3천만 원 소득자일지라도 세금이 느는 경우가 발생하고요.

그런데 납세자 연맹에서는 3천만 원 소득자도 최고 17만 원 정도 세금이 는다고 시뮬레이션 발표를 했는데, 이건 좀 과도합니다. 왜냐하면 납세자 연맹도 3천만 원 소득자가 4대 사회보험료 외에는 아무런 지출을 안 하는 걸로 가정하고 세금을 계산했어요.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고 병원도 안 가고 교육비도 지출하지 않고 주택 공제도 없고, 비현실적인 가정이죠. 왜냐하면 일부 지출이 있으면 세금 증가액은 줄어드는데, 그래서 하여튼 3천만 원 미혼자는 세금이 증가하는 건 맞는데, 시민단체에서 얘기한 것만큼 늘어나진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조건에 따라서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신 것 같은데. 어쨌든 연봉 3-4천만 원 소득자가 세금 늘어나게 만든 건 좀 잘못된 것 아닌가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그렇죠. 이건 싱글들의 여러 정서를 생각을 했었어야 되는데, 그런데 이 부분들만 따로 맞춤형으로 제도설계하기가 만만치는 않습니다만, 싱글이니까 이 정도는 용인되지 않을까, 정부에서 그렇게 판단했던 것 같은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네요.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 지금 연봉 5천 5백을 정부는 기준으로 잡고 있는데, 5천 5백 이하는 세 부담이 없다, 이렇게 정부는 설명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이상 초과하게 되면 세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게 되는 건가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정부 발표에 따르면 연봉 5천 5백에서 7천까지는, 평균값이죠, 이것도. 연 2만 원에서 3만 원 정도 소폭 증가하고요. 7천만 원부터는 누진적으로 세금이 증가합니다. 그래서 연봉 7천만 원 받는 사람은 3만 원만 내지만, 8천만 원 받는 사람은 33만 원, 1억 받는 사람은 110만 원, 3억 이상 받는 최고 소득자들은 무려 8백만 원까지 이번에 세금을 더 내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5천 5백에서 7천 구간이 서민증세 논란이 되고는 있지만, 사실 7천만 원 이상 소득자부터는 굉장히 가파르게 세금을 더 내게 돼서 일종의 상위 개편 증세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개편안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 정부가 연봉 7천만 원 이상을 고소득자라고 보고 있는 게 아니냐, 불만들도 많이 나오고 있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세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국세청 자료를 보면 지금 근로소득자가 1천 5백만 명이 있는데요. 연봉 7천만 원 이상자들은 상위 10%에 해당됩니다. 국민들 체감으로는 7천만 원이 낮은 소득은 아닙니다만, 내가 상위 10%에 해당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돼요. 그만큼 우리나라 근로소득의 상태가 안 좋아진 겁니다.

왜냐하면 지금 근로소득자들의 경제 활동 인구 조사를 보면요, 평균 임금이 2백 2십만 원 밖에 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연봉 7천이면 평균 임금의 3배 가량 이상이 되다 보니까 상위 10퍼센트에 해당되는 거고요. 근데 근로 소득 7천만 원이지만, 고소득자일수록 사실상 근로소득 외에 금융소득이나 여러 소득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실제 소득은 7천만 원보다 조금 많은 경우라고 봐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완책을 논의하겠다고 하고요. 오늘도 당장 정부에서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하는데. 어떤 안들이 좀 가능할까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지금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세액공제율을 좀 더 상향하자는 겁니다. 자녀공제인 경우에는 애가 한 명 있으면 15만 원을 세금을 깎아주는데, 100만원의 15%를 세액공제해주는 거죠. 20%로 해주자. 20만 원을 깎아주자는 거죠. 이렇게 하면 전체적으로 아이가 있는 집의 모든 세금이 줄어들게 될 겁니다. 그런 면에서 5천 5백만 원에서 7천만 원 구간의 증세 논란은 상당 부문 해소될 수 있는 안이긴 한데요.

저는 이번 기회에 좀 전향적인 논의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저희가 무상보육이 되면서 아이에 대한 복지가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고소득자들도 다 무상보육의 혜택을 받으니까, 중상위 계층 이상자들은 무상보육 혜택을 받는 대신 자녀 세액 공제에서는 조금 덜 받아라, 이런 취지가 담긴 겁니다. 복지로 확대되는 시대에 접해왔기 때문에 복지국가에서는 대부분 나라에서 소득공제가 많지는 않아요. 그 대신 복지로 주는 거죠. 우리나라는 복지가 없던 시절에 공제를 줬던 겁니다.

점차적으로 공제를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이게 사실은 소득 재분배 효과가 큽니다. 이런 식으로 점진적으로 지금 전환을 해나가야 되는데, 정부의 행정적인 서툰 면도 있다 보니까 다시 공제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버리게 되면, 복지국가들이 일반적으로 해왔던 공제를 복지로 전환하는 이런 로드맵에 조금 차질이 생길 것 같아요. 근데 국민 정서도 있다 보니까 국민적 반감도 생각해야 되겠지만, 전체적인 공제와 복지 제도의 개편이라는 큰 틀을 놓고 이번 기회에 좀 논의를 했으면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사실 정부가 그간 계속해서 증세 없는 복지를 강조해 왔고, 또 이번에 제대로 된 설명도 잘 안 돼서 더 큰 혼란이 발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지난 번 담뱃세도 그렇고, 이번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는 것도 그렇고, 이러이러한 유형에서는 늘기도 한다, 그리고 자녀공제나 중상위 계층 이상에서 줄어든 이유는 무상보육이나 출생 수당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했으면 조금은 더 저항이 줄어들 수 있었을 텐데. 지금 세제 행정이 너무 투박한 감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시민단체인 ‘내가 만드는 복지 국가’ 오건호 공동운영위원장과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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