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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호남선은 탔지만…'시큰둥한' 광주

김호선 기자

입력 : 2015.01.19 17:22|수정 : 2015.01.19 17:22


일요일인 18일 다음 달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 합동연설회와 대의원대회가 전남과 광주에서 잇따라 열렸습니다. 전남과 광주가 갖는 야당 내에서의 상징성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항상 전략적 투표를 해 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바람이 일어난 곳도 역시 광주였다는 점에서 항상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가 75% 반영되는데 광주와 전남, 그리고 전북을 합친 호남 표심이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도 승부처라 할 수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광주에 내려가 택시를 타고 행사장인 김대중컨벤션센터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택시 기사가 그쪽이 오늘 막힐 거라고 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새정치연합 행사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렇겠죠"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기사는 "상무 지구에 예식장이 너무 몰려 있다"면서 주말만 되면 교통정체가 무척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오늘 새정치연합 행사 때문에 더 막히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오늘 거기서 그런 행사를 하느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조심스레 새정치연합에 대한 생각을 물었는데 답은 상당히 회의적이었습니다. "뭐 사실 기대랄게 없어요. 이제는. 그동안 호남 사람들 팔아서 얼마나 많이 해 먹었어요. 그래도 달라진 게 뭐가 있어요? 맨날 자기들끼리 싸움이나 하고... 예전에는 누가 대표가 되나 들여다보고 했는데 이제는 뭐 관심 안가져요."

그런 정서는 행사장 내부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광주인데도 전당대회에 대한 기대감은 떨어져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누굴 지지하는 지 밝히지 않은 한 당원은 우선 친노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와서 도와달라고 하지 선거 끝나면 우리를 찾아와 본 적 있는가? 이번에도 대표 선거한다니까 와서 호남이 어쩌고 하는데 나는 안 믿어. 끝나면 또 신경도 안쓸 것인데 뭐." 문재인 후보가 연설하는 도중 객석에선 비아냥거리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이 누구를 우리 당의 얼굴로 원하고 있습니까' 라는 대목이 나오자 객석에서 "박지원"이라는 목소리가 들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서를 충실히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 박지원 후보입니다. 호남을 '주머니속 공기돌' 쯤으로 여기면서 언제든 야당을 지지해 줄 사람들로 보고 평상시엔 호남을 홀대한다며 호남 홀대론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취파
하지만 의외로 박지원 후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한 당원은 "박 후보로 대표가 되면 당 이미지가 어떻게 되겠나? 친노 비노 얘기하지만 다 우리끼리 얘기다. 우리나 친노 비노 따지면서 편가르지 일반 국민들은 뭐 그런거 아나?" 박 후보가 정치야 잘하겠지만 노회한 이미지로 과연 총선승리를 이끌 수 있겠느냐는 짙은 의구심이 깔려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 내에선 전남은 몰라도 광주에서 박 후보가 압도적으로 이기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오히려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젊은 이인영 후보에 대해선 "언젠가 뭘 하긴 해야 할 사람"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유세장에선 이 후보에 대한 호감 섞인 분위기도 감지됐지만 여전히 대표 당선 가능성에 대해선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적어도 광주 전당대회 분위기는 세명에게 모두 비슷한 호감과 우려가 공존했습니다.

그런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생각한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단 하루 취재하고 어떻게 민심을 다 알겠습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날 만난 새정치연합 당원들과 광주 시민들의 반응은 누가 대표가 되면 무기력증에 빠진 야당을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잇겠다는 낡은 향수에 기댄 후보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 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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