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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조작 16년 복역…대법 "소송 늦어 국가배상 안돼"

채희선 기자

입력 : 2015.01.18 13:19|수정 : 2015.01.18 13:19


2차 진도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인 70살 박동운 씨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받지 못하게 됐습니다.

앞서 1차 진도 간첩 사건 피해자인 고 김정인 씨는 국가배상 소송에서 역대 시국 사건 피해자 중 가장 많은 25억 원의 위자료를 인정받았습니다.

대법원 3부는 박동운씨와 가족 26명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모두 56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1981년 안기부는 진도에서 박 씨 성을 가진 사람이 간첩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박 씨의 일가족을 간첩으로 몰았습니다.

안기부 직원들은 고문을 통해 북한 공작원으로 남파된 박영준 씨에게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자백을 박 씨일가로 부터 받았습니다.

이른 바 2차 진도 간첩단 사건입니다.

1심에서 박 씨는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돼 1998년 8·15 특사로 석방될 때까지 16년 동안 복역했습니다.

다른 가족 7명도 옥고를 치렀습니다.

박씨는 2009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에 이어 서울고법의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후 검찰의 상고 없이 무죄가 확정되자 형사보상금을 청구해 11억원을 수령했습니다.

박씨는 가족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습니다.

1·2심은 박씨 본인의 위자료를 17억5천만원으로 정하고, 사망한 부인의 위자료 상속액, 이미 지급된 형사보상금 공제액 등을 고려해 실제로는 박씨에게 17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원고 27명에 대한 전체 배상액은 56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소송 제기가 너무 늦었다는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여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재심 무죄 판결을 확정받은 후 형사보상을 청구해 2010년 9월 형사보상결정까지 확정받았는데도 그로부터 6개월 이상이 지난 2011년 5월에야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며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판시했습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려면 재심 무죄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소송을 내야 하고, 그 기간 안에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한 경우 보상 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 안에 다시 소송을 내야 한다는 2013년 12월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입니다.

박 씨보다 1년 전인 1980년 이른바 '1차 진도 간첩조작 사건'에 휘말려 형장에 서 숨진 김정인 씨의 유족은 소송을 통해 국가로부터 51억 원을 배상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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