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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프랑 폭등에 명품 시계 업계도 '긴장'

입력 : 2015.01.18 08:03|수정 : 2015.01.18 08:03

"장기적 가격 인상 불가피" VS "亞 가격 이미 높아 큰 영향 없을 것"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최저환율제 폐지로 스위스프랑 가치가 폭등하자 고가 수입 시계 브랜드와 유통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고가 시계 대부분이 스위스 제품이어서 환율에 따른 가격 변동이 최근까지 꾸준히 성장해 온 시계 부문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촉각 곤두세운 명품 시계 브랜드들

18일 백화점과 고가 수입 시계 브랜드 관계자들은 스위스프랑 환율이 폭등함에 따라 국내에 수입되는 시계 가격 역시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롤렉스를 비롯해 파텍필립·태그호이어·바쉐론 콘스탄틴·오데마 피게 등 국내 고객들에게 '명품'으로 알려진 시계 회사는 대부분 스위스에 본사를 두고 현지에서 제품을 만든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상품이 나오기 3∼6개월 전에 결제와 선적이 이루어지는데다 고가 시계는 직수입 규모도 미미해 당장 가격이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쪽에 의견이 많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달 말 열릴 시계 박람회 SIHH에서 가격 문제도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HH(국제고급시계박람회)는 고가 시계 브랜드들이 신제품을 내놓고 세계 각국 바이어와 정보를 나누는 자리로, 통상 3월 열리는 바젤 월드(바젤시계보석박람회)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의 시계 박람회로 꼽힌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한 시계 브랜드 관계자는 "글로벌에서(본사에서) 아직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 우리도 (본사에) 물어봐야 한다"면서도 "통상 (환율 변동이)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것은 맞다"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는 현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브레게·오메가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와치그룹의 닉 하이에크 회장은 "SNB의 결정은 수출산업과 관광업, 나아가 전 국가에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스와치를 비롯한 스위스 시계 제조사들의 주가는 현지 주식시장에서 평균 15%가량 곤두박질 쳤다.

다만, 아시아 시장은 이미 수입 제품 가격이 유럽 국가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어 가격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다른 백화점의 수입 시계 바이어는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제품 가격이 이미 유럽보다 높은 수준인데다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시아 판매 제품) 가격을 많이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황에도 스위스 시계 한국 매출은 급증

이런 전망에도 유통업체들은 스위스프랑이 초강세를 나타내는 것이 호재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길어진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입 시계 부문은 매출이 꾸준히 성장하는 '효자' 품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갤러리아명품관의 수입 시계 매출은 2014년 한 해 동안 15.0%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수입 시계 매출이 2013년 대비 24.2% 늘었다.

게다가 이 '효자 품목'은 일부 독일·프랑스·미국산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위스 제품이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한국에 수입된 손목시계·회중시계·기타 휴대용시계(케이스가 귀금속인 것에 한정)는 모두 1억9천540만달러 규모였는데 이 가운데 스위스에서 수입된 제품이 95.1%(1억8천582만달러)를 차지했다.

다른 백화점의 수입 시계 담당자는 "시계가 패션 아이템이 되면서 고가 수입 시계 매출이 경기침체와 별 상관없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환율이 다시 안정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위스 중앙은행은 2011년 유로화에 비해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계속 높아지는 것을 막고자 1유로당 1.20스위스프랑으로 못박았던 최저환율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달 14일 1스위스프랑당 1,067.38(일중 고가 기준)이었던 원·스위스프랑 환율은 이 발표가 나온 15일 1,459.11원으로 30% 이상 폭등한 뒤 16일에는 1,220∼1,290원 수준에 거래됐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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