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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무라야마담화 바꾸면 미일관계 악영향"

입력 : 2015.01.16 18:02|수정 : 2015.01.16 18:02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종전 70주년 담화를 통해 무라야마(村山) 담화의 기본 내용을 바꿀 경우 미일관계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일본의 전직 고위 외교관이 전망했다.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등을 지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일본종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16일 도쿄의 포린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올해 일본 외교 전망 브리핑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다나카는 "총리가 담화를 낼 권한이 있지만 그 영향을 감내해야 한다"며 "(새 담화가) 무라야마담화(식민지배와 침략을 반성하고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의 담화)의 기본 내용을 바꾸거나, 바꾼 것으로 해석되면 지역(동북아) 뿐 아니라 미국, 유럽과의 관계에까지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책을 그르쳐 주변국에 피해를 줬다는 과거 역사를 마주하는 (무라야마담화의) 기본 생각은 바꾸면 안 되고, 바꿀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특정한 담화를 낼 때 그것이 중국, 한국, 미국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충분히 평가를 할 것"이라며 "아베 총리가 국익을 따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종전 70주년인 올해 8월15일에 즈음해 역사인식과 관련한 담화를 낼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른바 '아베 담화'가 종전 50주년 담화인 무라야마(村山)담화를 계승할 것이라면서도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 표현을 담화에 넣을지에 대해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외무성 과장, 국장 시절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한 다나카는 "과거 일한간에는 어려운 문제가 있어도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회고한 뒤 "지금은 '함께 하자'는 것이 좀처럼 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한국 정부는) 군위안부, 야스쿠니(靖國) 신사 문제 등을 양국 관계의 중심에 놓지 않았으나 박근혜 대통령은 그것(군위안부 문제)을 중심에 놓고, 한일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삼고 있다"며 "올해 양국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장담을 못 하겠다"고 내다봤다.

다나카는 이어 현재 양국 정상(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치적 힘'이 압도적으로 강한 점을 양국 관계 악화 장기화의 배경 중 하나로 꼽아 눈길을 모았다.

그는 "박 대통령의 권위 때문에 (주변에서) 모두 박대통령을 의식하고, 아베 총리도 강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모두 아베 총리를 의식하느라 '한일관계를 해결해보자'고 말하는 분위기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다나카는 "역사는 전쟁 전의 역사도 있지만 전쟁 이후의 역사도 있다"며 한일이 서로 상대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기술적으로 군위안부 문제를 풀더라도 진정한 해결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나카 이사장은 고이즈미 정권 시절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을 지내며 북일 정상회담에 깊이 관여했다.

정무담당 외무심의관(차관보급)을 끝으로 2005년 직업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한 뒤 현재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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