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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부품 국산화"속여 137억원 챙긴 업자에 중형 선고

입력 : 2015.01.16 16:26|수정 : 2015.01.16 16:26


원자력발전소에서 빼돌린 외국산 부품을 이용해 국산화에 성공한 것처럼 속여 거액을 챙긴 업자와 공모한 전 한국수력원자력 직원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안성준 부장판사)는 16일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전업체 H사의 황모(57) 대표와 이모(49) 전 한수원 차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황씨와 이씨가 다른 원전 비리 사건(사기, 뇌물수수)으로 각각 징역 4년 8개월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인 점을 고려하면 재판부가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다.

이 같은 형이 확정되면 황씨는 징역 7년 2개월을, 이씨는 징역 5년 6개월을 각각 복역해야 한다.

H사는 2006년 3월부터 한수원에서 6억원을 지원받아 원전 터빈 밸브 작동기 가운데 영국산 실린더의 단점을 보완한 실린더 개발에 들어갔다.

H사는 또 2007년 2월 시제품을 한수원에 납품했고 3개월간의 시운전을 거쳐 같은 해 11월 '개발선정품'으로 지정받았다.

개발선정품이 되면 한수원이 3년간 수의계약 방식으로 우선 구매하게 된다.

이 전 차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11월 한수원 최초의 '국가품질 명장'이 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또 황씨와 함께 특허까지 획득했다.

그러나 국산화했다던 이 제품은 고리원전 2호기에서 진행한 시운전 기간에 고온으로 인해 계속해서 자동경보가 울리는 등 기술적인 결함을 드러냈다.

그러자 황씨와 개발사업을 총괄한 이 전 차장은 기존 영국산 부품을 국산 신제품으로 둔갑시키기로 했다.

고리원전에 있는 영국산을 빼돌려 터빈 밸브 작동기에 장착한 뒤 국산인 것처럼 속이기로 한 것이다.

황씨 등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이렇게 3차례에 걸쳐 터빈 밸브 작동기 23대를 고리 1, 2호기에 납품해 137억5천여만원을 받아 챙겼다.

이 가운데 12대의 실린더는 H사가 보유했던 영국산 11개와 2007년 12월 고리원전에서 몰래 빼낸 영국산 1개였다.

나머지 11대의 영국산 실린더는 이 전 차장이 한수원에 의뢰해 2008년 5월까지 수입한 48개(18억600여만원) 가운데 납품단가에서 빼는 조건으로 H사에 전달한 것이다.

당시 고리원전은 긴급 상황에 대비해 영국산 실린더를 장착한 터빈 밸브 작동기 6대와 영국산 실린더 8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또 2010년까지 고리 1, 2호기의 터빈 밸브 작동기를 모두 국산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영국산을 수입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도 한수원은 추가 수입과 H사에 현물제공하는 것을 모두 승인해 관리 부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검찰은 "한수원의 자재 구매와 관리 담당 직원이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서 가능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3년간에 걸쳐 범행이 이뤄졌고 편취액이 137억원을 넘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됐는데도 반성하지 않아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황씨 등이 2007년 12월 영국산 실린더 1개,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중고 터빈 밸브 작동기 21대를 밀반출한 혐의(횡령)에 대해서는 "부당이득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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