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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몰리는 제주에 국내관광안내사 왜 안 보이나

입력 : 2015.01.15 11:30|수정 : 2015.01.15 11:30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주에서 조선족이나 화교들이 무자격으로까지 관광안내를 하는 일이 많아 자격을 갖춘 내국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을 모집해 제주에 보내는 중국 여행사들이 안내사 자격증 보유 여부와 관계없이 내국인보다 문화적으로 더 친근하고 안내비가 저렴한 조선족이나 화교, 중국인을 관광 안내인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시의 한 면세점에는 쇼핑하려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형 버스를 타고 끊임없이 몰려들었습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인솔하는 조선족 이 모(34·여)씨는 "요즘 같은 비수기에는 한국인 안내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자 많은 조선족 동포가 돈벌이를 위해 한국에 와 관광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면세점 내 매장에서 중국어 통역 직원으로 일하는 홍 모(36) 씨도 "중국인 관광객들을 인솔하는 이들은 대부분 조선족과 화교들이지 내국인이 인솔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조선족과 화교들은 내국인 안내사들보다 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친근한 느낌을 줘서 물건을 파는 일을 거들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제주 관광업계의 한 관계자 "안내사들은 쇼핑 관광지에서 소개비와 물건 판매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아 물건을 많이 팔수록 버는 돈이 많아진다"며 "안내사 자격이 없이 한국에 임시 거주하는 조선족이나 화교들은 안내사 자격증이 있는 한국인들보다 지불받는 수수료가 적어 돈을 많아 벌려면 관광객들이 그만큼 물건을 더 많이 사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무자격으로 안내업을 하는 조선족들이 중국 대형 여행사에 돈을 주고 관광객을 넘겨받은 후 쇼핑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의 물품 구매에 따라 돈을 버는 비정상적인 여행업까지 하기도 합니다.

최명화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부지부장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중국인 관광객 수십만 명이 제주를 찾았으나 지부 소속 안내사 250명 대다수가 일감이 없어 놀고 있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도 내국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은 여름 성수기에만 반짝 일을 할 기회가 있을 뿐이어서 돈벌이가 안 돼 안내사를 그만두는 일도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안내업을 하려면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일정 수준의 시험에 합격한 후 등록해야 합니다.

단, 관광안내업 응시 시험을 보기 위한 자격에서 국적은 상관없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적발한 무자격 안내행위는 120건으로 2013년 107건에 견줘 12.1% 증가했습니다.

적발된 이들은 대부분은 조선족과 화교였습니다.

지난해 연간 중국인 관광객은 281만 명입니다.

제주도는 적발된 여행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3차례 적발되면 사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적발된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고, 무자격 안내사를 고용했다가 적발된 여행사들이 법인을 여러 개 갖고 있어 사업정지가 되더라도 다른 법인으로 영업해 또 무자격자를 고용하는 사례가 많아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 정윤종 실장은 "무자격 안내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내국인 관광통역안내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행사에서 조선족과 화교를 안내사로 고용했더라도 자격을 갖춘 내국인 안내사를 추가로 고용해 관광일정에 동행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촉구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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