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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소셜미디어 해킹에 취약…육군만 관련 링크 2천 개

입력 : 2015.01.14 16:37|수정 : 2015.01.14 16:37


극단주의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을 자칭한 해커가 미군 중부사령부의 트위터와 유튜브 계정을 절취한 사건이 미국 측에 소셜 미디어 노출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일깨워줬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패스워드를 변경하고 일부 부서에서는 보안을 강화하는데 지침서를 배포했습니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 활용 전략을 재고하려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세계 최강의 군대인 미군은 글로벌 전력에 맞먹을 정도로 인터넷에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방면에서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기타 서비스의 계정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종래에는 없었던 위협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칸 안보연구소의 벤 피츠제럴드는 미군의 소셜 미디어 노출은 "미군의 공적인 얼굴"이라고 표현하면서 적대세력들이 이를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수많은 소셜 미디어 계정을 두고 있다고 대변인인 스티브 워런 대령은 밝혔습니다.

미국 육군만 하더라도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튜브, 그밖의 각종 소셜 미디어 계정들을 알려주는 링크를 2천 개나 나열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사이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 전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공격할 목표물이 무수히 많은 셈입니다.

미군이 활용하는 소셜 미디어는 미군 요원들이 상사, 동료, 부하들은 물론 가족들과도 기지 내 친목행사에서부터 정전사고에 이르는 제반 사항을 놓고 상호 연락을 취하는데 신속하고도 효율적인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워런 대령은 이번 해킹 사건과 관련해 "우리는 분명히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발생한 11일 이후 국방부 차원에서 소셜 미디어와 관련해 특별한 보안 강화 지침을 하달한 바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물론 2008년 외국 정보기관의 소행으로 보이는 해킹에 의해 중부 사령부의 내부 전산망이 뚫려 악성 소프트웨어가 심어진 경우와는 성격이 사뭇 다릅니다.

당시 해킹은 미국의 안보에 사활적인 군사, 국방 네트워크의 리스크를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였고 미국이 사이버 안보 대책을 대대적으로 확충시키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미국 측은 11일 발생한 해킹 때문에 기밀 정보가 도난당하거나 공개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민감한 작전을 지휘하는 중부사령부의 소셜 미디어 계정이 한때 마비됐다는 것은 상징적으로 매우 큰 타격을 입은 셈입니다.

해커들은 기밀로 분류돼 있지는 않은 현역과 퇴역 장성들의 명단과 이들의 일부 개인용 이메일 주소를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중부사령부 트위터 계정에 "미국 군인들이여, 우리가 오고 있다. 등 뒤를 조심할지어다. ISIS"라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중부사령부의 트위터 계정은 다른 인터넷 계정들과는 달리 추가적인 보안 절차를 마련한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조치를 취했더라도 해킹을 막았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미군 당국이 벌이는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해커들이 중부사령부 요원을 속여 공유 접속 ID와 패스워드를 알려주도록 한 이른바 '피싱' 메시지를 보냈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부 사령부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것은 미군의 내부 전산망에 접근하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라고 말합니다.

내부 전산망 침투는 미군이 이를 막는데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반테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민간단체인 크로노스 어드바이저리의 마이클 스미스 CEO는 타인의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계정에 접근하는 것은 실제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사건은 트위터에서 종종 벌어지곤 한다는 것입니다.

2013년 해커들은 미국 AP통신의 트위터 계정을 훔쳐 백악관에서 폭발 사건이 발생했다는 거짓 정보를 보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이 한때 요동치기도 했습니다.

한 미국 정보기관의 전직 고위 간부는 "트위터 해킹은 지하철 차량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상원 정보특위에서 활동하는 댄 코츠 의원은 이번 사건은 사이버 안보의 리스크를 일깨워준 것이라고 말하면서 해결책은 소셜 미디어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닌, 민관의 공조 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군 혹은 국무부나 백악관, 의원들이 트위터, 유튜브, 기타 소셜 미디어 사이트를 취약성이 있다는 이유로 멀리한다면 테러리스트들이 이기는 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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