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일본서 '프랑스테러' 계기 논의 활발

입력 : 2015.01.14 14:19|수정 : 2015.01.14 14:19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해 온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테러를 당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건 발생 직후 일본 정부와 주요 신문은 이번 테러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럼에도, 이슬람교를 모욕하는 수준의 풍자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달 9일 사설에서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언론을 폭력으로 막는 행동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테러 행위를 비판했으나 14일에는 시각을 달리해 접근했다.

이 신문은 세계 주요 언론이 샤를리 에브도 특별호의 만평 게재 여부에 관해 각기 다른 대응을 보였다고 전하고 '아사히신문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샤를리 에브도의 풍자화 게재를 보류하고 있다'며 자사의 대응 방침을 밝혔다.

조노리 도시(長典俊) 아사히신문 제너럴 에디터는 "표현의 자유는 최대한 존중한다. 특정 종교나 민족에 대한 모욕을 포함한 표현이 있는지 미풍양속에 현저히 반하는 표현이 있는지 등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기 어려운 영역이 있다는 취지의 전문가 견해를 실었다.

야다마 겐타(山田健太) 센슈(專修)대 교수(언론법)는 "표현행위에 대한 폭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도 "어떤 예외를 둘 것인가는 국가에 따라 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구에서는 나치 독일의 유대인 탄압에 대한 반성으로 인종차별이 담긴 표현을, 이슬람국에서는 종교에 관한 것을 예외로 둔다고 설명하고서 문제의 만평을 싣지 않은 언론은 표현의 자유가 지니는 한계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나가사와 에이지(長澤榮治)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교수(중동지역연구)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는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지 않는 것 자체가 신앙의 표현"이라며 "그림으로 그리는 것을 일반적인 이슬람교도가 수용하기 어렵고 그 그림으로 모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나이토 마사노리(內藤正典) 도시샤(同志社)대 대학원 교수는 "테러나 폭력을 허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총격 사건의 배경에는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표현이 있다"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유럽·미국에서도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민족이나 인종을 모욕하는 것은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며 "이슬람교도에게 종교는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예언자 무함마드 풍자와 같은 종교 모독은 신자에 대한 증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