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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일가족 방화치사범, 차분하게 범행 재연

입력 : 2015.01.13 15:59|수정 : 2015.01.13 15:59


"불쌍한 엄마와 아이들을 죽인 범인의 얼굴을 공개하라." 지난달 29일 발생한 일가족 방화치사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된 오늘(13일) 오전 양양군 현남면 정자리 2층 집 주변에는 주민들의 안타까움과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피의자 이 씨는 오전 10시 호송차를 타고 경찰관들의 보호를 받으며 사건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서 검거돼 속초경찰서로 압송될 당시 입었던 파란색 점퍼를 입은 이 씨는 점퍼에 달린 모자를 눌러써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 씨는 팔짱을 낀 여경의 부축을 받으며 자신이 불을 낸 주택의 2층으로 향했습니다.

이 씨가 차에서 내려 이동한 거리는 30여m.

이 과정에서 검증 시작 30여분 전부터 현장에 나와 있던 일부 주민은 "저런 사람의 얼굴을 왜 가려주느냐"며 "모자를 벗겨서 얼굴을 공개하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습니다.

현장 검증은 사건이 발생한 주택 2층에서 약 1시간여 동안 진행됐습니다.

현장검증에 참여한 한 경찰관은 "이씨는 크게 뉘우치는 기색 없이 시종일관 차분하게 당시 범행 상황을 재연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집안에 들어서는 상황에서부터 박 씨 가족들과 거실에서 대화하는 장면, 주방에서 수면유도제를 잘게 부숴 음료수에 타는 장면 등을 자세히 재연했습니다.

대화를 나눌 때 함께 있었던 박 씨와 박 씨의 자녀가 앉아있었던 위치, 음료수를 마시고 잠이 든 아이들의 모습, 자리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박 씨의 모습 등 당시 집안상황도 소상히 경찰관에게 설명했습니다.

현장검증 결과 지난 29일 저녁 사건 현장인 박 모(38)씨 집에 찾아간 이 씨는 미리 준비해간 음료수와 맥주에 수면유도제를 넣어 박 씨와 두 아들, 딸에게 먹인 후 안방과, 거실 소파 밑, TV 받침대 밑 등 3곳에 가지고 간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씨는 "이야기를 잘 해보려고 찾아갔는데 대화 도중 다툼이 있었고 이에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와 맥주에 넣어 마시게 하고 불을 질렀다"며 "아이들에게는 영양제라며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에 타서 줬고 박 씨에게는 맥주에 몰래 수면제를 타서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이용수 속초경찰서 수사1과장은 "수면유도제를 음료수와 맥주에 탄 장소 등 일부분에 대해 이 씨는 그동안의 경찰조사와 다르게 진술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보강조사를 거쳐 다음 주 월요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현장검증 현장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나와 1시간여 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일부 주민은 현장검증을 마치고 떠나는 이씨에게 달려들기도 해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등 한때 혼잡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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