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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우디 앨런 같은 감독 되고파"

입력 : 2015.01.12 15:28|수정 : 2015.01.12 15:28


"'롤러코스터'는 제 맘대로 원 없이 찍었는데 너무 이기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만 혼자 웃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으니까요. 공감과 소통을 못 했죠.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2013년 저예산 영화 '롤러코스터'로 처음 메가폰을 잡은 하정우(37)가 이번에는 '롤러코스터' 제작비의 10배가 넘는 '허삼관'으로 상업 영화 연출에 처음 도전했다.

이번에는 감독 겸 주연이다.

하정우는 12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롤러코스터'가 신나고 재미있게 동네 친구들과 만든 영화라면 '허삼관'은 첫 상업영화니까 처음부터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허삼관'은 중국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로, 하정우는 주연 제의를 먼저 받은 뒤 이후 연출까지 맡게 됐다.

제작사가 원작 소설의 판권을 구입한 시점부터 영화화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6년.

그동안 수많은 감독과 배우가 스쳐갔다고 한다.

하정우는 영화 제작을 본격화하기 전인 프리 프로덕션 단계부터 치열하게 준비해 나갔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를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죠. 촬영에 들어가면 배우로 돌아가 연기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에서요." 하정우는 2013년 10월부터 그동안 나온 7개 버전의 시나리오를 분석해 그중 한 개를 고른 뒤 본격적인 각색 작업에 들어갔다.

윤종빈·류승완·김용화·김병화 등 친분이 있는 감독들에게 찾아가 시나리오를 보여주며 의견을 물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시나리오 회의를 하면서 제작부 막내의 얘기까지도 전부 들었다.

하정우는 "콘티(촬영대본)와 시나리오 작업을 탄탄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전체 분량의 40% 정도를 연출·조명·현장 편집 등 스태프를 불러 직접 찍어보기도 했다.

장소를 섭외하러 가서는 그 자리에서 직접 연기를 해보며 촬영하기에 적절한지 판단했다.

"스태프가 재미있어하더군요. 쟤 혼자 뭐하나 하고. 선배 감독들이 하나같이 얘기한 게 정말 모를 때는 솔직히 물어봐야 한다고, 끙끙 앓지 말라는 거였어요. 솔직하게 처음부터 모든 걸 물어봤죠. 그랬더니 각 파트 감독이 마음을 열고 알아서 많은 것을 채워주고 준비해줬어요. 자연스럽게 팀워크도 좋아졌죠."

그의 치열한 준비는 아역 배우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는 부인 옥란(하지원)과 결혼해 일락·이락·삼락 등 세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던 허삼관(하정우 분)이 11년간 남의 자식을 키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 작품.

하정우는 "우리나라에 아역 배우로 등록된 게 모두 2천명 정도인데 이 중 대사를 좀 할 수 있는 게 1천600명"이라며 "1천600명 전부를 만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줄여나갔다"고 했다.

"첫째 아들은 하지원을 닮아야 하고 둘째·셋째는 절 닮아야 한다는 게 기준이었어요. 제 어릴 때 사진을 사무실에 커다랗게 붙여놨죠. 실제로 이락이와 삼락이는 저 어렸을 때를 닮았어요. 일락이는 웃는 게 하지원씨를 닮았죠. 하관은 '하소용'(극중 일락의 친부)을 닮았고요."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정치적·사회적 이슈가 없는" 1950∼1960년대로 가져온 것은 "허삼관이라는 캐릭터, 가족, 이 드라마에 더 집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가장 고민이 컸던 부분은 원작의 광범위한 내용을 어떻게 2시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주느냐였다.

러닝타임 대부분은 코믹한 반면 허삼관의 부정을 그린 후반 20분가량은 웃음기를 빼고 감정에 치중하게 된 것도 이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3시간 정도 분량은 돼야 이 소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후반부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으려고 했고 실제로 그런 버전으로 찍은 신도 있어요. 피를 뽑고 있는데 누가 방귀를 뀌어서 반응하거나 뭐 그런 장면이요. 하지만 한 톤으로 몰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모두 잘라냈죠. 관객이 봤을 때 한쪽으로 몰입감을 줘야 상업영화의 장점이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요."

하정우는 "영화가 두 편 같은 느낌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한 편으로 흘러가게 할지 고민했다"면서 "후반 20분이 가장 큰 숙제이자 고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분은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소설을 읽지 않은 대다수가 영화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그걸 선택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에서도 특유의 '하정우식 유머'를 선보인 하정우는 "찰리 채플린과 우디 앨런의 영향이 큰 것 같은데 코미디 코드를 제일 사랑한다"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재미있게 하는 코미디가 가장 힘이 센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영화를 만든다면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허삼관'에서도 그런 부분을 더 부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정우는 "영화는 철저히 판타지와 위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디 앨런과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롤러코스터'를 찍고, '허삼관'을 찍으면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하면서 세 번째는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내 것을 꺼낼 수 있다면 아주 좋은 감독이 되는 게 아닐까요? 아직은 그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계속 담금질해나가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충무로 섭외 1순위'인 하정우는 현재 최동훈 감독의 '암살'을 촬영 중이다.

이달 말 촬영을 마치면 하와이로 여행을 떠나는 등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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