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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밀린 알카에다, '프랑스테러'로 존재 과시?

입력 : 2015.01.11 06:49|수정 : 2015.01.11 06:49


지난해 여름부터 급속히 세력을 확장한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다소 밀려나는 모양새였던 알카에다가 이번 '프랑스 테러'로 여전히 위험 세력임을 과시했다.

알카에다의 여러 연계·산하 조직 가운데 가장 공격적이고 활발한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배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주범 중 하나인 셰리프 쿠아치가 현지 방송국과 전화통화에서 AQAP에서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고, AQAP도 이를 인정했다. 테러범들은 샤를리 에브도 건물에 침입하면서부터 AQAP 소속임을 자처하기도 했다.

AQAP 지도자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의 사망 이후 구심점을 잃어 활동이 다소 위축됐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해 IS가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봉기한 이후 빠르게 인근 지역의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를 흡수하면서 텃밭이 잠식당했다.

알카에다 이라크지부(AQI)를 모태로 한 IS가 '호랑이 새끼'가 된 셈이다. 

지난해 11월 10일 이집트 시나이 반도에서 활동하는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ABM)가 IS에 충성 맹세한 일을 계기로 IS는 국제적으로 세를 확장했다.

ABM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의 권력 공백기를 틈 타 생긴 조직으로 활동기간은 짧지만 활동량으로 볼 때 현재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테러 조직 중 손꼽힐 정도다.

IS는 올해 초부터 ABM을 포섭하려고 꾸준히 접촉한 끝에 충성 맹세를 얻어냈다. ABM은 현재 'IS 시나이 지부'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무장조직인 ABM의 'IS행'은 이집트 출신인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에겐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각 지역의 무장조직뿐 아니라 한때 알카에다에 깊숙이 몸담았던 인물도 IS에서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시리아계 독일인인 무함마드 하이다르 잠마다. 

잠마는 1996년 빈 라덴의 요청으로 독일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건너가 알카에다의 모집책을 담당했다. 9·11 테러를 모의한 '함부르크 그룹'을 빈라덴에 소개한 것도 잠마로 알려졌다.

시리아에서 잡혀 사형이 선고된 그는 지난해 초 시리아군과 반군 '아흐라르 알샴'간의 포로교환으로 석방된 뒤 돌연 행적을 감췄다가 락까에서 IS에 투신했다. 그는 ABM을 설득하기 위해 IS의 특사 파견돼 결국 충성맹세를 성사하는 데 기여했다.

일부에선 재정 사정이 좋은 IS가 이들 테러단체에 충성맹세를 조건으로 운영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비해 알카에다 계열로 분류되는 인지도가 있는 무장조직은 시리아의 알누스라전선과 AQAP 정도다.

프랑스 테러범 쿠아치의 주장대로라면 알카에다는 신생조직 IS가 누리는 '국제적 악명'을 되찾는 계기를 단숨에 마련한 셈이다.

테러 장소가 서방의 대표적인 선진국인 프랑스의 중심부 파리 시내인데다 테러 행위도 단발성이 아닌 사흘에 걸친 인질극으로 비화했고, 인명피해 규모도 커 서방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IS에 서방인 지원자가 모여들긴 하지만 알카에다는 이번 테러로 이른바 '고정간첩'식으로 서방 곳곳에 깊이 뿌리내린 건재한 지하 조직을 유지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는 이력이 짧은 IS가 보유하지 못한 조직력이다.

쿠아치는 알카에다에 대원을 보내는 파리 제19구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다.

테러·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는 9일 "지금까지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면 알카에다는 이번 공격은 서방뿐 아니라 IS에 대한 알카에다의 역공 수법"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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