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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담화에 '식민지배·반성' 빠지나

입력 : 2015.01.10 11:15|수정 : 2015.01.10 11:15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베 총리가 올해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이라는 표현이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해 파장이 예상된다.

스가 장관은 9일 BS후지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아베담화에 들어갈 내용에 언급, "전후(戰後)의 사죄를 포함해 전체로서 계승할 것"이라며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발표된 무라야마(村山)담화 등을 계승한다는 기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새로운 담화에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 '반성'이라는 말이 남아 있게 되는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같은 것이라면 새로 담화를 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아베담화가 무라야마 담화 등 과거 역사인식 담화를 '전체로서' 계승한다는 입장은 담되, 무라야마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인정 및 사죄'는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거나 다른 표현으로 바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아베 총리의 그간 행보를 감안하면 이런 우려에 현실감이 더해진다.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가 발표된 1995년 당시 자민당 강경파 의원들로 구성된 '전후 50주년 국회의원연맹'의 사무국장 대리로서 무라야마 담화 발표 직전 중의원이 '식민지 지배와 침략적 행위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는 표현을 담은 전후 50주년 결의안을 발표했을 때 반대했고, 국회 결의에도 불참했다.

총리가 된 후로도 작년 1월3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이 아시아 국가의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그런 인식에 대해서는 아베 내각도 마찬가지이며 그간의 역대 내각의 방침을 계속할 생각"임을 밝혔지만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는지를 묻는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부인한 적은 없다"는 답만 반복했다.

또 2013년과 2014년 종전기념일(8·15) 추도식에서 읽은 추도사에서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 이후 역대 일본 총리들이 추도식사에 포함했던 '아시아국들에 대한 가해와 반성'과 '부전(不戰) 맹세'를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인정과 사죄'를 명시하지 않은 '아베담화'가 나올 경우 역사인식 논란이 가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총리 취임후 아베 총리는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2013년 4월23일 참의원 예산위)는 발언을 하고, 태평양 전쟁 일본인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2013년 12월26일)함으로써 과거전쟁을 '침략전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베담화가 이런 지적을 불식시키지 못할 경우 한국, 중국과의 '역사인식' 갈등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잇단 야스쿠니 참배로 주변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도 재임중인 2005년 발표한 종전 60주년 담화에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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