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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 출처는 19세기 영국 희곡

입력 : 2015.01.09 16:12|수정 : 2015.01.09 16:12


프랑스 파리의 언론사 테러를 비난하는 시위대의 일부가 펜과 연필을 들고 나왔고 희생자들에게 바친 추모 만평들은 펜과 총을 대비시키면서 언론이 폭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강조합니다.

이런 사건이 있을 때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상투적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영국 BBC방송은 이 말의 출처를 추적했고 19세기의 영국 작가 에드워드 불워-리튼(1803-1893)이 원조라고 밝혔습니다.

불워-리튼이 1839년 발표한 역사 희곡 '리슐리외 추기경'을 보면 주인공이 하인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 말을 사용한 것이 확인됩니다. 리슐리외는 프랑스 국왕 루이 13세의 재위 기간에 재상으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이 희곡에서 암살 음모를 적발했는데도 가톨릭 사제의 신분으로서 적들을 상대로 무기를 휘두를 수 없는 상황이었던 리슐리외는 시중을 드는 하인이 "그렇지만 주인님은 지금 다른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펜은 칼보다 강하네. 칼을 치우게. 국가는 칼 없이도 구할 수 있네" 라는 대사를 읊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옥스퍼드인용사전의 부편집장인 수전 래트클리프는 이 표현이 곧바로 시중에 유포되기 시작했다면서 184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일상적인 말이 됐다고 소개했습니다.

오늘날 이 표현은 영국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권에서 번역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딕셔너리즈 웹사이트는 이 말이 "사상과 저술은 무력이나 폭력보다 사람들과 사건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BBC방송은 그러나 불워-리튼이 원조라고 해도 언론이 무력이나 폭력보다 강하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인물은 아닐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인 로버트 버튼이 17세기초에 발표한 저서 '우울증의 해부'에서는 "언어에 의한 일격은 칼에 의한 일격보다 더 타격을 준다"는 말이 사용됐는데 오래전부터 전해진 격언이며 그가 활동하던 당대에도 상투적으로 쓰인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래트클리프 부편집장은 또다른 영국 극작가 조지 웨스톤이 1582년도에 발표한 작품에서 "펜의 일격은 창의 반격보다 고통이 심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말했습니다.

기원전에 활동한 고대 그리스 시인 에우리피데스도 "혀는 칼날보다 강하다"는 말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말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부정적 의미였다는 해석도 없지 않습니다.

나폴레옹도 언론과 무력을 비교하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생전에 "4개의 적대적 신문사는 1천개의 대검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나폴레옹이 실제로 이 말을 사용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의 언론관을 반영한 것은 분명합니다.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을 당시 프랑스에는 십여개의 신문사가 있었는데 대부분이 폐간되고 소수의 신문사만 살아남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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