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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한국문화 대표 유물…고려이후 생필품 돼"

입력 : 2015.01.09 15:54|수정 : 2015.01.09 15:54


한국인이 식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사용하는 도구인 숟가락.

이런 숟가락이 중국에서는 명대가 되면 거의 종적을 감추고, 일본은 젓가락 문화라 할 만큼 숟가락은 드물거나 아예 없습니다.

이런 숟가락이 한국문화에서는 언제 등장했으며, 어떻게 소비되고 활용되었을까?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무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청동숟가락이 다량으로 출현합니다.

이로 미뤄 아무리 늦어도 고려시대 이후 한국인의 삶에서 숟가락은 생활필수품이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고학이라는 측면에서 집요하게 숟가락 문제에 천착해 여러 의문점을 탐구한 방대한 연구성과가 최근 제출됐습니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문물연구원 정의도 원장이 주인공입니다.

그의 '한국고대 숟가락 연구'(경인문화사)는 고고학 발굴현장, 특히 고려·조선시대 고분 발굴현장에서는 어쩌면 토기만큼이나 출토 수량이 많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학문적인 대상으로 삼은 적이 없는 숟가락 문화를 다각도로 파헤쳤습니다.

정 원장에 의하면 중국에서는 명대에 이르러 식탁에서 숟가락이 거의 자취를 감췄으며, 그에 따라 무덤에 부장하는 숟가락도 사라졌습니다.

일본에서는 고대 일본 왕실 보물창고인 정창원에 숟가락이 보존됐고, 고대 한반도와 관련 있는 시마네현과 같은 지역 무덤이나 건물터에서 일부 출토 사례가 있을 뿐입니다.

반면 한반도에서는 무령왕릉을 비롯해 삼국시대 유물 유적에 드물게 보이다가 통일신라시대의 숟가락 출토 유물이 증가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생활 전반에 광범위하게 숟가락을 사용하고, 무덤에도 본격적으로 숟가락을 넣기 시작한 시기는 고려시대 이후입니다.

고려시대 이후 숟가락 출토 사례는 일일이 수량을 점검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증합니다.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정 원장은 단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란이나 여진과 같은 중국 북방과의 교류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에 무게 중심을 많이 둡니다.

나아가 무덤에 부장한 숟가락 중에는 명백히 실생활용품이라기보다는 제사용임이 분명한 사례도 증가한다는 것입니다.

숟가락 또한 시대에 따라 모양이 변화한다는 데 착안해 정 원장은 시대별 특징을 검출하는 시도도 했습니다.

정 원장은 "삼국시대의 금관이나 토기, 통일신라시대의 공예품과 불상, 고려시대의 청자와 인쇄술, 조선시대의 회화와 백자 등을 빼놓고는 우리 문화의 독창성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면서도 숟가락이야말로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유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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