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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최전선서 스러진 샤르보니에 편집장

입력 : 2015.01.08 17:34|수정 : 2015.01.08 17:34


7일(현지시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테러로 사망한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편집장 스테판 샤르보니에(47)는 늘 표현의 자유 '최전선'에 서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이슬람뿐 아니라 유대교, 가톨릭이나 유명 정치인을 겨냥한 만평으로 수많은 비난과 겁박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며 테러 당일까지도 만평을 멈추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에 따르면 샤르보니에는 1992년부터 만평 작가로 샤를리 에브도에서 일하기 시작했으며 2009년 편집장에 취임한 이후로는 이슬람교를 대상으로 한 풍자로 국제적인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2011년 이 잡지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객원 편집자'라며 풍자 대상으로 삼자 사무실이 폭탄 공격을 당했다.

2012년 벌거벗은 무함마드가 성적 자세를 취한 모습을 그리자 테러를 우려한 프랑스 정부가 20여개국 대사관을 닫기도 했다.

로랑 파비위스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은 "정말로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을 만큼 분별 있고 지적인 만평이냐"고 그를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무함마드는 내게 신성하지 않다"면서 "나는 코란이 아니라 프랑스법 아래 산다"며 펜을 꺾지 않았다.

오히려 샤르보니에는 당시 프랑스내 이슬람계 주민의 항의 시위를 정부가 막으려 하자 "왜 정부가 그 사람들이 의견을 표출하는 걸 막아야 하는가"라며 "우리가 표현의 권리가 있듯, 그들도 역시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그는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일이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 없이 우리는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는 살 수 없다. 쥐처럼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말했다.

사무실 폭탄 공격 이후 샤르보니에에게는 경찰 경호가 붙었으며 2013년엔 알카에다는 그를 현상수배 했다.

그러나 그는 "처자식도 없고 차도 없다"며 보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가 최근에 그린 만평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만평에서 턱수염을 기르고 소총을 든 이슬람 극단주의자는 "아직도 프랑스를 공격하지 않았네. 기다려! 새해 소원은 이달말까지 빌 수 있으니까"라고 말한다.

NYT는 "소름끼치게 예언적인 그림"이라고 전했다.

이날 샤르보니에와 함께 조르주 월린스키(80), 장 카뷔(76) 등 샤를리 에브도에 오랜 기간 몸담아 온 유명 작가도 희생됐다.

또 이 잡지에 기고하던 저명 경제학자 베르나드 마리스도 같은 자리에서 숨졌다.

샤를리 에브도의 무함마드 만평 논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던 대니얼 르콩트는 NYT에 "이들은 전혀 교조적이지 않았으며 자유를 좋아했다"며 "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들을 죽이고 싶어하는 것인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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