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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강신주 "새해에는 이쁜이 콤플렉스 좀 버려라"

입력 : 2015.01.07 10:14|수정 : 2015.01.07 10:24

대담 : 강신주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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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2015년 새해 벽두에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어떤 꿈을 안고 일터로 향하고 계십니까? 올 한해는 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작정이신가요? 새해에는 조금 덜 흔들리는 대신 더 어른스럽게 인생의 파도를 헤쳐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가지신 분들 많으실 텐데요. 그래서 이 시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철학자 한 분을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함께 차분히 올 한 해 계획 세워보는 시간 마련해보시기 바랍니다. 강신주 박사님, 어서 오십시오.

▶ 강신주/철학박사
 
네, 반갑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일단 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부터 좀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 강신주/철학박사
 
아, 네. 고맙습니다. 복 많이 받으시고요.

▷ 한수진/사회자:

네, 이런 덕담 주고받는 거 사실 말에 많은 뜻이 담겨 있는 거잖아요.

▶ 강신주/철학박사
 
근데 기본적으로 영혼은 없죠, 그냥 하는 소리죠 뭐.

▷ 한수진/사회자:

영혼은 없는 건가요? (웃음)

▶ 강신주/철학박사
 
(웃음) 영혼 없는 소리고 그냥, 뭐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는 영혼 없는 소리, 그거랑 비슷한 건데 올해는 누구한테 복을 줄까 행복을 줄까 이렇게 생각해야 되는데 다 복만 받겠다고 그래요. 다들, 그러니까 복을 주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성숙한 사람은 사랑하는 걸로 기뻐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네네.

▶ 강신주/철학박사
 
올해는 좀 복 많이 받자 이런 거 말고 복을 좀 많이 주자! 어른답게, 어른은 사랑을 하려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사랑을 하려는 사람들, 어른이 많아야 공동체가 되는 거죠, 사실 실질적으로. 근데 대개가 사랑받으려고 그래요. 이건 치명적인 문제에요, 특히나 기득권을 가진 사람이나 사회지도층이 사랑만 받으려고 그러면 치명적인 문제가 벌어지거든요, 그래서 대가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 간혹 가다 제가 이런 걸 물어봐요 사람들한테, 어머니 사랑 하냐? 그러면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어머니를 사랑한대, 그래서 항상 저는 얘기하죠. 어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사랑을 증명하라고. 사랑 받으려는 자세, 예쁨 받으려는 자세에서 좀 벗어나서 기꺼이 아무것도 안 받아도 되니까 예뻐하는 것들을 많이 늘리자, 올해는 많은 분들이 이러면 어른들이 많이 되어있을 것 같아요, 사회도 밝아지고.

▷ 한수진/사회자:

네, 그게 진정한 어른인거군요. 몸만 어른이 아니라.

▶ 강신주/철학박사
 
네네,

▷ 한수진/사회자:

사실 헤르만헤세가 이런 말 했다고 해요.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아무것도 없고 오직 행복하라는 의무뿐이다.’

▶ 강신주/철학박사
 
삶에 대한 태도죠. 그러니까 의무라는 건 힘들다는 거죠, 하려고 발버둥 쳐야 되는 거고.

▷ 한수진/사회자:

행복해지기 위해서, 그냥 거저 누리는 게 아니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강신주/철학박사
 
네, 행복이란 건 저절로 도래하거나 이런 게 아니라 의무, 행복하려고 발버둥을 친 사람한테 간신히 허락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거니까, 로또처럼 되는 게 아니라 굉장한 의지와 어떤 용기를 가지고 밀어붙여야 간신히 행복할 수 있겠구나 이런 느낌으로 헤세가 이야기 한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네, 지금 만약에 내가 좀 불행하다 이렇게 느끼시는 분들은 노력을 하셔야 되는 거예요,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 강신주/철학박사
 
그렇죠. 근데

▷ 한수진/사회자:

푸념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 강신주/철학박사
 
어떤 공동체는 개개인이 행복을 지향할 때, 조금 쉽게 도달할 수 있게 해주는 데가 있고

▷ 한수진/사회자:

좀 도와주고 말이죠.

▶ 강신주/철학박사
 
네, 좀 도와주자.

▷ 한수진/사회자:

그 행복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도와주고

▶ 강신주/철학박사
 
네, 조건을 갖춰주는 거죠. 뭐 사회를 담당하고 있는 높은 사람들 사회공동체의 조건을 더 편하게 해줘야 되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더 도와주면 아이들이 이 행복을 향유할 수 있게 노력할 수 있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 거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네, 사실 말씀하셨지만 지난해도 그렇고요. 좀 행복 하고 싶다, 또 행복해지려고 하는데 오히려 우리 공동체가 우리 사회에서 발목을 잡는 일들이 많았었죠.

▶ 강신주/철학박사
 
힘들게 해요. 힘들게 해. 공동체를 돌보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사회지도자인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정말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우리 행복한 꿈을 이뤄주는 도와주는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 강신주/철학박사
 
조금씩만 나아지면 되거든요. 우리가 산에 가도 누가 에스컬레이터나 헬리콥터로 내려서 정상에 갔을 때 행복하지 않잖아요? 어디까지든 자기 걸음으로 가야하는 몫이 있는데 등산로를 잘, 예쁘게 개척해준다든가 옆에다 휴게소 하나 만들어준다든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리고요, 박사님께서 지난해 쓰신 문제작들 가운데 보면 말이죠.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이런 책이 눈길을 끌었어요. 정말로 제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기를 원하시는 거예요?(웃음)

▶ 강신주/철학박사
 
(웃음) 이게 ‘매달린 절벽’ 이라는 단어가 애매한 데, 그걸 놓으면 죽을 것 같은 게 매달린 절벽이에요. 근데 사실 그거 손을 못 놓으면 우린 그것에 의해서 노예가 되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못 벗어나요. 많아요, 예를 들면 직장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강신주/철학박사
 
여기 아니면 죽을 것 같죠? 그럼 그 직장에서 상사 말만 계속 들어요, 노예처럼. 모든 관계가 그래요. 그러니까 우리를 돌봐준다고 생각하지만 그거에서 손을 뗄, 제가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얘기는, 뗀 다음에 다시 잡아도 되요. 매달린 절벽이 사람마다 다 달라요. 아무것도 안 잡고 살자 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어 이거 손 떼면 나는 죽을 거야’ 하는 게 있는데 이렇게 한번만 반성해보면 돼요. 그게, 사실 우리를 감금하고, 부자유스럽게 하고, 유치하게 만들고, 어리게 만드는 그것일 수도 있다고.

▷ 한수진/사회자:

네. 아마 이 말씀 들으면서 다들 머릿속으로 뭔가 하나씩들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 강신주/철학박사
 
어, 있으실 가예요. 그러면 그걸 한 번만 놓으면 죽을 것 같지만 죽지는 않아요. ‘내가 왜 이거 아니면 죽을 것 같이 이러고 있었지?’ 그래서 세상이 넓어지기 시작해요. 의존에서 다 끊어서 한 번 훅- 자기 혼자 서고, 막 모든 손잡은 거 한 번 툭- 떼어서 빈손이 한 번 되어봐야, 그 다음에 다른 것들도 잡을 수 있다.

▷ 한수진/사회자:

많은 사람들은 또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밥벌이의 고단함에 쫓겨서 우리가 살고 있는데 저잣거리나 회사 사무실에서 그런 일상에서 어떻게 내가 철학을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참 많이들 하시잖아요?

▶ 강신주/철학박사
 
우리는 혼자서 성찰을 못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나돌아요, 카페 가고 친구 만나고 카톡하고 수다를 떠는 거예요 그렇게.

▷ 한수진/사회자:

그게 자신을 성찰하는 힘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란 말씀이시고.

▶ 강신주/철학박사
 
없어요, 무서워서, 자기 혼자 있으면 무서운 거예요. 누구든지 간에 제가 단언컨대 방에서 5시간 혼자 못 앉아있어요. 자기랑 못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힘들 것 같네요.

▶ 강신주/철학박사
 
굉장히 힘들어요.

▷ 한수진/사회자:

말씀만 들어도,

▶ 강신주/철학박사
 
네, 그러니까

▷ 한수진/사회자:

갑갑한데요? (웃음)

▶ 강신주/철학박사
 
네, 근데 거기서 혼자 있었을 때 우리가 자기를 많이 성찰하거든요. 때로 한 번 철학적이다 라는 건 한 번 멈추는 거예요. 나 혼자 있어보고 나 혼자 생각해보기.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난 뭐지? 난 어디로 가지? 어차피 죽을 텐데 지금 뭐하고 있지?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돈 계속 모아가지고 어차피 죽을 텐데, 어 나보다 돈이 오래 사는 건 이상한 거 아냐? 이런 자각들.

내가 집을 가져서 뭐할까? 집이 더 오래가는데. 나보다 오래 가는 걸 내가 어떻게 갖지? 이런 반성도 해보고. 그러니까 전반적으로 내 자리가 어떤지 반성해서 멈춰보는 거예요. 굉장히 소중한 자리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그런 성찰의 시간이 없으면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어떤 삶을 사는지 사실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아가는 거 아니에요. 그게 참 무서운 거죠.

▶ 강신주/철학박사
 
네네, 그런 성찰의 힘이 있어야 사회가 이렇게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죠. 사실 정치라는 건 직접적으로 내 생활과 직접적으로 순간에는 관련이 없잖아요. 사회가 성찰 쪽으로 변해야 의견을 개진하죠, 이건 남 얘기가 아니라 공동체의 얘기라고. 그러니까 사실은 우리 사회가 철학적, 인문학적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될 공동체적인 의사 결정, 그 구조에 개입들을 안 해요, 그냥. 그런 걸 좀 지향하기 위해서도 좀 성찰적인 생활, 태도들을 좀 억지로라도 하셔야 돼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또 그러다 보면요. 또 어떤 성찰이 없다보면 이게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인지 어떻게 보면 남이 원하는 삶을 사는 건지 그게 모를 때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버지니아울프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서요.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 살지 않고 타인을 위해 살아간다.” 이런 얘기도 했다는데 아마 이런 생각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아요.

▶ 강신주/철학박사
 
그러니까 그거 하나만 올해 버렸으면 좋겠어요. 그 ‘이쁜이 콤플렉스’ 예쁘고 완전하고 이게 우리를 힘들게 만들어요, 다.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그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사랑받으려고. 근데 그걸 확 끊어버리면 돼요. 그럼 여기서부터 자기를 위해서 사는 사람, 삶이 열리는데 꼬맹이 때부터 공부 열심히 했던 게 진리 탐구가 아니잖아요, 꼬맹이가. 사랑받으려고 그런 거잖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강신주/철학박사
 
스무 살이 넘었을 때도 남의 사랑을 받으려고 그렇게 전전긍긍한다면 어린애거든요. 그래서 그것도 똑같은 문제죠. 혼자 좀 있어봐야 된다, 혼자서, 제발. 혼자서도 기꺼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된다. 그런 것들을 찾으려고 사람마다 다르니까 그런 노력을 했으면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박사님, 젊은이들 얘기도 조금 해볼게요. 뭐 말씀하셨지만 요즘에 여러 가지 포기하는 게 많더라고요, 우리 젊은이들, 3포 세대 넘어서 4포 세대, 5포 세대라고 하더라고요, 들어보셨죠?

▶ 강신주/철학박사
 
네네.

▷ 한수진/사회자: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젊은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각개격파를 좀 해야 될까요?

▶ 강신주/철학박사
 
근데 지금 절망을 한다는 거요, 포기라는 건 절망이라는 건데 절망을 통해서 바뀔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사실 의외로. 지금에서야 자기의 자긍심을 보여야 할 때다, 위험한 곳에서 자기 삶이 가치 있다는 걸 보여줘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조금만, 힘든 얘기에요. 그렇게 자기의 자긍심, 내가 어떨까. 내가 왜 내 삶을 포기해. 찾을 거야라는 더 강한, 구체적인 방법은 자기 말고, 자기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반드시 강하게 찾으셔야 돼요. 그게 누구든지 간에.

▷ 한수진/사회자:

아,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 강신주/철학박사
 
동료여도 되고 상관없어요. 이렇게 사회가 경쟁적으로 변하면 나 혼자 남을 때, 큰 구조에서요, 홀로 있다는 느낌은요. 어떤 것도 못해요. 절망.

그래서 우리가 깨알같이 쪼개져 있어가지고 경쟁에 낙오된 것 같고 나 혼자 있다고 그러면 절대 구조는 바뀌지 않아요. 지금도 한 번 주변을 돌아보셨으면 좋겠어요. 돌아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손을 좀 잡을 때, 서로 관심을 가질 때, 그게 이제 몇몇 작은 친구 사이에서도 힘이 될 뿐만 아니라 크게는 그게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힘도 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되고요.

▶ 강신주/철학박사
 
바꿀 수 있는 힘은 역시 애정과 사랑이에요. 옆 사람들. 포기라는 건 혼자 있을 때 돼요. 힘들어요, 지금 나도. 자 그 사람들, 조금만 도와주자고요, 한 번만. 젊은 세대들이 다 포기를 하면, 정치인들도 돌보지 않아요. 포기하는 사람은 돌보지 않아요,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래서 조금만 더 이게 구조적 문제인데 이런 험한 조건에서도 여기서 절망하지 않는 방법은, 서로 손 잡는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서로 손잡는 거다.

▶ 강신주/철학박사
 
네, 거기서 해결책을 찾으셔야 될 것 같아요. 사랑과 애정의 결여는 개인을 이렇게 작게 만들고 폐쇄되고 외롭게 만들고 끝내는 포기를 넘어서 자기 부정에까지 이르게 되니까 다시 한 번 친구들을 돌봐서 여기서부터 실마리를 찾자.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네요.

▶ 강신주/철학박사
 
네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아유, 더 많은 말씀을 좀 듣고 싶은데 벌써 또 시간이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된 것 같아요. 박사님, 오늘 이야기 결론 삼아서 꼭 한 말씀 해주신다면,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말씀이겠습니까?

▶ 강신주/철학박사
 
‘사랑받으려는 유치함에 취하지 말고 사랑한다’ 라는 거요. 나이랑은 상관없어요, 이 문제는. 어른이, 어른으로서 볼 수 있는 세계를 올해는 좀 봤으면 좋겠다. 행복을 느끼는 그 어른들, 그 어른들이 좀 많아지는 사회, 그런 사회가 좀 됐으면 좋겠어요.

▷ 한수진/사회자:

네, 올해도 또 박사님의 귀한 말씀 또 많이 기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강신주/철학박사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국민들이 많이 사랑하는 철학자시죠? 강신주 박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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