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고 우울증에 빠진 30대 임신부가 우연히 주운 여대생의 신분증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다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종환)는 남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사칭해 대출 등을 받은 혐의(점유이탈물횡령·사문서 위조·사기 등)로 김 모(32·여) 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009년 주운 음대생 이 모(25·여) 씨의 신분증으로 이 씨를 사칭해 각종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아 제2금융권에서 600만 원을 대출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김 씨는 중학교 시절인 지난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뒤 보상금으로 시가 10억 원짜리 아파트에서 사는 등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최근에는 임신한 상태에서 이혼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불행한 삶을 살던 김 씨는 이혼후 새 출발을 원했습니다.
개명을 했지만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김씨는 5년 전 우연히 주운 이 씨의 지갑을 떠올렸습니다.
김 씨는 지갑 안에 든 신분증을 이용해 이 씨의 SNS와 이메일을 뒤지고,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발급받아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를 개설했습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도 받았습니다.
과거의 삶을 지우고 이 씨 인생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 싶었던 김 씨는 이 씨 행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신의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장애인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에 들어맞습니다.
결국 김 씨의 범행은 대출통지서를 받은 이 씨 가족의 신고로 끝이 났습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한 범인 추적에 나서 김 씨를 검거했습니다.
김 씨는 조사에서 "어렸을 적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전공한 이 씨의 삶이 너무 행복해 보여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임신 4개월에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불구속 수사도 고려했지만 혐의가 13개에 달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