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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쌍둥이 이상 열풍의 진실은…

이강 기자

입력 : 2015.01.07 09:48|수정 : 2015.01.07 09:48


최근 쌍둥이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쌍둥이 자녀가 큰 인기를 끌고 여성의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쌍둥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아이 하나 낳아서 키우기도 힘들다는 저출산 시대에 쌍둥이를 향한 인기와 관심은 역설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자연임신으로 세쌍둥이 형제를 출산한 40대 주부 박정미씨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육아비와 교육비를 어떻게 감당할 거냐는 주위의 우려와 질시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쌍둥이 가족들의 귀여운 모습 덕분에 박정미 씨 가족 또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결혼한 지 15년 만에 시험관 시술로 세쌍둥이 남매를 얻은 조창제 씨 부부도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진 것은 좋은 변화라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들 부부에게 쌍둥이 낳는 비법을 노골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는 겁니다.

현재 난임 치료 방법으로는 인공수정과 체외수정, 즉 시험관 시술이 대표적입니다.

시술 과정에서 여러 개의 배아를 주입하면 임신 확률과 함께 쌍둥이를 가질 수 있는 확률 또한 높아집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임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난임 치료의 과정에서 쌍둥이가 생기는 것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일종의 사이드 이펙트라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여성들이 단순히 쌍둥이를 임신하고 싶다는 이유로 병원을 찾아오기도 한다며 아쉬움을 털어놨습니다.

실제로 회원 2백 만 명이 넘는 인터넷 육아 카페엔 쌍둥이 낳는 비법을 물어보는 질문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와 있었습니다.

이들은 쌍둥이 병원으로 유명하다는 한의원과 산부인과 등의 정보까지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쌍둥이를 낳는 비법이 정말 따로 있는 걸까요?

제보를 받고 부산의 한 의원을 찾아가보니 원장의 말이 가관입니다.

쌍둥이가 들어서는 달에 맞춰서 175만 원 짜리 한약을 먹으면 쌍둥이를 임신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산부인과는 ‘착상탕’ 을 먹으면 쌍둥이를 가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합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은데, 재벌가부터 법조계 집안 등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답니다. 

쌍둥이 병원으로 유명하다고 알려진 몇몇 산부인과는 어땠을까요? 이곳은 더 과학적이고 치밀한 방법으로 쌍둥이 임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임신부 주사 캡쳐_
병원 직원은 원할 경우 세쌍둥이는 물론 네쌍둥이까지 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전문의 또한 배아 개수를 조절하면 어렵지 않다고 자신합니다. 

배란 유도제, 즉 과배란 주사를 맞아 한꺼번에 많은 난자를 몸밖으로 빼낸 다음 여러 개의 배아를 만들어 자궁에 이식하면 된다는 겁니다.  

이런 시술 뒤에는 난소과자극증 등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릅니다. 단순히 쌍둥이를 갖고 싶다는 이유로 시술받았다간 여성 건강이 위험할 수 있는 겁니다. 

수많은 난임 부부들은 난임 시술의 과정이 얼마나 길고 힘든 시간과의 싸움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거의 대부분 단 한 명의 아이라도 건강하게 가질 수 있길 원할 뿐, 쌍둥이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과배란 주사가 쌍둥이 주사로 알려진 것에 대해 이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건 당국은 난임 치료 시술에 쓰이는 과배란 주사의 처방과 이식 배아 관리는 의사가 판단해야 할 영역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최초로 시험관 아기 탄생에 성공한 영국을 비롯해 독일과 스웨덴 등의 국가는 이식 배아 수를 법적으로 정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시험관 아기 시술에 성공한 지 꼭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의료의 눈부신 발전이 쌍둥이 비법이나 여성 건강을 해치는 독소로 변질되지 않도록 철저한 실태 파악과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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