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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불안감 못이겨"…실직가장이 아내·두 딸 살해

입력 : 2015.01.06 14:07|수정 : 2015.01.06 19:08


40대 실직 가장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오늘(6일) 살인 혐의로 강모(48)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서초동의 자신 소유 아파트에서 아내(44)와 맏딸(14), 둘째딸(8)을 목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오전 5시 6분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선 강 씨는 오전 6시 28분 충북 청주에서 휴대전화로 "아내와 딸을 목졸라 살해했고 나도 죽으려고 나왔다"고 119에 신고했습니다.

긴급 출동한 경찰은 강 씨의 집에서 아내와 두 딸의 시신을 확인했습니다.

아내는 거실에, 맞딸과 둘째딸은 각각 작은 방과 큰 방에서 숨져 있었고, 딸들이 누워있던 침대에선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머플러 두 장이 발견됐습니다.

경찰은 시신에서 별다른 저항 흔적을 찾지 못했으며, 현장에서는 강 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노트 2장이 있었습니다.

유서로 보이는 노트에는 "미안해 여보, 미안해 ○○아, 천국으로 잘 가렴. 아빠는 지옥에서 죄 값을 치를께"란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고, "통장을 정리하면 돈이 있을 것이다. 부모님 병원비에 보태면 될 것"이란 내용도 담겼습니다.

강 씨는 컴퓨터 관련 업체를 그만둔 뒤 지난 3년간 별다른 직장이 없었고, 아내도 특별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씨가 살고 있던 146㎡ 넓이의 대형 아파트도 자기 소유이긴 하나 거액의 대출이 물려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강 씨는 2004년 5월 근저당 없이 이 아파트를 구매했는데, 이 아파트에는 2012년 11월 채권최고액이 6억 원에 이르는 근저당이 설정됐습니다.

경찰은 강 씨가 아파트를 담보로 모 시중은행에서 5억 원 이상을 빌린 것으로 보고,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서초서 관계자는 "강 씨는 가족들이 앞으로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 것을 비관해 유서를 작성한 뒤 아내와 두 딸을 살해하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적 이유만으로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정황상 자살할 정도로 생활고가 심각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직 등으로 인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에 이르자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 씨는 119 신고 직후 충북 청주 대청호에 투신하려다 실패하자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따라 경북 상주를 거쳐 문경까지 달아났다가 낮 12시10분 경북 문경시 농암면 종곡리 노상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검거 당시 강 씨는 녹색 라운드 티셔츠와 젖은 검은색 운동복 바지 차림이었고, 왼쪽 손목에서는 주저흔(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자해한 상처)이 발견됐습니다.

손목을 치료받은 뒤 서울 서초경찰서로 이송된 강 씨는 고개를 푹 숙인채 취재진의 질문에 고갯짓으로만 대답했습니다.

그는 '생활고 때문이었느냐'는 질문과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으려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고 '빚이 많았느냐', '우울증이 있느냐', '도박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강 씨는 '부인과 두 딸이 자살에 동의했느냐', '피해자들이 저항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부인과 두 딸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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