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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세현 "美 대북제재? 대통령이 오바마 설득해야"

입력 : 2015.01.05 10:29|수정 : 2015.01.05 10:49

* 대담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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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정말 훈풍이 불고 있는 걸까요? 북한이 하는 말, 행간을 잘 읽어내야 한다고 하죠. 북한 문제 정통한 분을 모셨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께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장관께서는 남북 관계에 훈풍이 좀 느껴지십니까?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글쎄요, 말은... 뭐 많이들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은 말들이 오고가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접점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네. 쉽지 않은 말들만 서로 주고받고 있다, 그런 이야기죠.

 
▷ 한수진/사회자:
좀 더 설명을 해주세요. 어떤 뜻인가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작년 12월 29일 우리가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대화를 제의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거기에 대해서 답변을 한 셈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신년사에서. 근데 통준위 회담은 뭐 일체 언급도 안하고 그러니까, 그건 거절당한 셈이죠.

 
그리고 ‘고위급 접촉 재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또 ‘부문별 회담’이라는 표현을 또 썼습니다. 그 다음에 ‘남북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쪽 통일준비위원회와 북쪽 통일전선부와의 회담은 북쪽이 전혀 고려해놓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는데, 이렇게 되면 우리 입장, 정부 입장이 아주 좀 옹색해졌죠. 말하자면 거절당한 셈이니까.

 
▷ 한수진/사회자:
하지만 “최고위급 회담도 가능하다.” 이 대목은 굉장히 눈에 띄는 대목 아닌가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런데 ‘조건과 환경이 갖춰진다면’ 이라는 조건을 달아놓았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조건과 환경이라는 것은 북쪽에서 사실은 예시를 했죠. 우선 첫째는 군사훈련, 한미 합동 군사훈련 하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그건 국방부가 바로 그건 뭐 안 할 수가 없다, 이런 식으로 바로 받아버렸고. 두 번째 외국에 나가서 북한을 비방하는 그런 연설 좀 하지마라, 대통령 보고 하는 얘기입니다. 그 다음에 대북전단 뿌리지 마라, 등등 여러 가지 얘기를 했는데. 대북전단 문제도 대통령이 직접 그건 국민의 표현의 자유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 라는 식으로 먼저 얘기를 해서 그것도 정부가 회담 재개의 조건 차원에서 교통정리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이렇게 되면 어렵죠. 우선 고위급 접촉부터가 지난 10월 달에 아시안게임 때문에 북쪽 대표단들이 와가지고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기로 하지 않았었습니까? 근데 재개하기로 했는데, 대북전단 살포 문제 때문에 결국 안 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고위급 접촉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다, 하는 그런 예감이 듭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 언급하면서 붙인 단서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가 받을 수 없는, 그런 전제조건을 다 내세웠단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네, 그러니까 저쪽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회담을 앞두고는 차단봉을 여러 개 내려놓아요, 차단봉을 내려놓는데. 필요에 따라서는 그 차단봉을 한 두 개씩 올리면서 이제 길 열기를 합니다만, 그러려면 우리 쪽에서 다른 반대급부를 줘야 되겠죠.

 
▷ 한수진/사회자:
뭔가 반대급부를 줘야 된다, 이를테면 어떤 조치가 되겠습니까?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5.24 조치 해제 같은 것이 아마 확실하게 전망이 선다면, 북쪽이 볼 때, 그렇다면 고위급 접촉 재개는 우선 나올 수 있죠. 당장 지금 개별적으로 전단이 북쪽으로 가기 보다는 잘못하면 남쪽으로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지금은 전단이 잘 안 갑니다. 그래서 이럴 때 빨리 5.24 조치에 대한 어떤 메시지를 보내가지고 고위급 접촉을 재개하고, 거기에서 이제 북쪽이 말하는 부문별 회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어떤 기초를 다진다고 그럴까, 그런 식으로 준비를 하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가장 중요한 것은 ‘5.24 조치 해제’ 문제가 될 것 같다는 말씀이신데요. 박근혜 대통령도 청와대 신년 인사에서 5.24 조치를 남북협상카드로 쓰겠다, 이렇게 밝힌 바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도 이 부분을 인식하고 있다고 봐야 될까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렇죠. 그러면 5.24 조치 해제가 되면, 그게 이제 금강산 관광 재개로 연결이 되고 개성공단 활성화도 되고, 대북 지원도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북쪽으로선 굉장히 중요한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5.24 조치 해제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필수적이잖아요.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가 될 것 같은데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게 문제인데, 그 문제에 대해선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미 한 번 얘기가 나간 적이 있습니다. 북쪽에서는 사과가 아니고, 남쪽에서는 사과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그런 어떤 표현이 없느냐는 얘기를, 당시 개성공단 내에서 그 비공개 접촉이 있을 때 청와대 당시 김태효 비서관이 얘길 했다고 하죠. 그런데 그런 식의 표현은 사실 남북 간에 많이 썼었어요. 과거 96년엔가 정동진에 잠수함이 올라오지 않았습니까? 잠수정이 그 때 북 측에서 한 100일 만에 사과를 하긴 했는데. 뭐 우리 쪽에서 볼 때 사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북 쪽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닌 일종의 양비론, 또 서로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협력하지는 식의 어떤 얼버무리는,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는 식으로 해서 끝났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해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 한수진/사회자:
전례를 찾아보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러니까 북쪽에서 확실히 잘못했다는 것을 명언적으로 표시를 해라, 그리고 재발방지를 보장한다는 식으로 써라, 그러면 그건 답이 안 나오고. 그러니까 과거 그런 유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한 북쪽의 사과도 두루뭉술하게 하는 걸로 넘어가는 그런, 넘어갔던 그런 선례들이 있으니까, 그걸 참고 하면 해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소니 해킹 사건과 관련해서 미국이 대북제재 조치를 발동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남북관계에 역풍이 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글쎄요, 참 걱정스런 대목입니다. 남북관계에서 지금 저쪽이 요구하는 조건을 우리가 충족시켜 주느냐, 그 다음에 또 우리가 바라는 바를 북쪽이 충족시켜주느냐 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문제가 지금 미국의 대북제재 재개라고 봅니다, 저는.

 
▷ 한수진/사회자:
심지어 미국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 해야 된다, 이런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네, 그렇게 좀 보고 있는데. 사실 그 문제는요. 뉴욕타임스 같은 권위 있는 신문도 ‘북한의 소행이 아닐지 모른다’라는 기사를 이미 한번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소니 해킹 사건이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네, 미국 정부가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을 지은 뒤에 그랬습니다. 그런데다가 정보 관련 전문 회사가 “이건 북한의 소행이 아니고 소니 회사 전 직원이 한 것 같다.” 다시 말해서 내부자 소행이다, 하는 식으로 유권적 해석까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가 그렇게 나오는 것이 주목할 대목이고.

 
특히 시점이, 남북 간에 여러 가지 사인이 오고가면서 화해모드로 가는 것처럼 읽혀지니까 뉴욕타임스까지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보도를 한 그런 상황에서 대북제재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걸 보면, 이게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이라고 그럴까, 한반도 전략, 이런 것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굉장히 좋지 않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남북대화 캡쳐_64▷ 한수진/사회자:
사실 남북관계라는 게 늘 한반도 주변 4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런 위기를 역대 정부나 대통령들은 어떻게 돌파해 왔을까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클린턴 정부 초기에, 클린턴 정부 초기는 김영삼 정부하고 시기가 일치합니다. 그때 클린턴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비공개적으로 시작하려고 그럴 때 김영삼 대통령이 그걸 반대했었어요. 대가 셉니다. 그 분이 대가 쎄잖아요. 미국이 상당히 어려워했었어요. 굉장히 눈치를 보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비공개 접촉으로 들어갔고 나중에는 우리도 그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대통령이 직접 그걸 이제 관리를 해야 되는데.

 
클린턴 정부 2기로 들어오면서 김대중 정부하고 시기가 일치하지 않습니까? 그 때 미국의 대통령은 하여튼 정책을 지지하는데, 미국의 국내 강경 보수파들이 햇볕정책에 대한 견제를 하는 여론 조성 차원에서 무슨 정보를 흘리고 그랬어요. 그래서 미국 대통령이 그걸 듣고 흔들렸습니다. 그 때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클린턴 대통령을 설득을 했죠, 그래서 햇볕정책을 밀고 나갔습니다. 심지어 부시 대통령 1기에도 김대중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 설득을 해서 자기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그런 어떤 정치적, 국제 정치적, 외교적 여건을 만들었죠, 그러니까 이건 대통령이 풀어야 돼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오바마 대통령을 설득해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가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렇죠, 그거 대통령끼리 풀지 않으면 안 풀립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대통령이, 그러니까 박근혜 정권이 확실하게 이 문제에 대한 자기 이론이 있어야 돼요, 그래가지고 설득을 해야 됩니다. 우방국 대통령끼리 얘길 하면, 저 쪽의 대통령도 미국의 대통령도, 대통령 얘기 아주 진지하고 간곡하게 얘기를 하면 안 들어줄 수 없죠.

 
▷ 한수진/사회자:
그럼 지금 더 이상 박근혜 대통령이 지체하지 말고 나설 그런 시점이군요?

 
▶ 정세현 前 통일부 장관
그렇죠, 지금 이거 동맹국끼리 왜 이러느냐, 우리가 모처럼 임기 3년 차로 들어가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해가지고 뭔가 나도 업적을 남겨야 되는데, 해킹 시작하면, 인권문제에 더해서 해킹 문제까지 나오기 시작하면, 북미 관계가 복잡해지고 이렇게 되면 남북 관계가, 말하자면 순풍에 돛단 듯이 갈 수 없지 않느냐, 그런 식으로 좀 문제제기를 하고 항의를 하고. 이건 좀 멈춰 달라, 적어도 이 문제만큼은 멈춰 달라 하는 식으로 간곡하게 부탁을 하면 아마 미국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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