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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양처럼' 순한 출발…각당 내부선 긴장감

입력 : 2015.01.02 12:07|수정 : 2015.01.02 12:07


여야는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하는 2일 예년에 비해 상당히 조용하고 차분한 행보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대신 이군현 사무총장 주재로 당 사무처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소규모 시무식을 열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별도의 행사를 생략한 채 첫 업무에 들어갔다.

지난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해를 넘긴 법안과 현안들이 여전히 산적한데다 이른바 '비선실세' 논란도 잠복해 있지만, 아직까진 여야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도 아니다.

여야는 오히려 각자 '시한폭탄'처럼 껴안고 있는 내부 문제에 더 신경이 곤두서 있다.

새누리당은 해묵은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갈등이 집권 3년 차를 맞아 표면화되려는 기류가 감지되고, 새정치연합 역시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계파 간 감정의 골이 다시 깊어질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야 지도부는 이날 상대당을 공격하는 대신 덕담을 하거나 내부 단속과 화합을 주문하는 데 주력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근 당내 갈등 조짐과 관련해 "어느 조직이나 친소 관계가 있게 마련"이라며 "정당은 용광로에서 쇳물이 나오듯 다양한 목소리를 녹여내 건강한 민주주의를 이뤄나가는 곳이므로 파열음이 있다고 해서 걱정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새해에는 경제 민주화, 복지,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다. 셋 중 하나만 제대로 잘해도 3년차가 성공할 수 있다"면서 "국민께 약속한 대통합, 100%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지도부의 내부 화합 노력에도 여야 내부의 계파 간 신경전은 새해 벽두부터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 주류가 세밑에 작심하고 비박 흔들기에 나선 것은 정권 핵심부에서 모종의 교감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갈등이 표면화되는 단초가 됐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조만간 양대 계파 간 정면 충돌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무성 대표가 여전히 반성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특히 박세일 전 의원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강행한다면 우리도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새정치연합의 양강 주자로, 노무현 정부의 얼굴격인 문재인 후보와 김대중 정부를 대표하는 인사인 박지원 후보 간 경쟁 분위기도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날 문 후보는 친노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을, 박 후보는 야권 구주류의 정신적 기반이자 야당의 텃밭인 광주를 각각 방문한 것도 앞으로 펼쳐질 양 계파간 정면 대결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군소 후보들은 당의 주류인 친노계 좌장격인 문 후보를 견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주선 이인영 조경태 후보가 일제히 광주를 방문한 가운데 박주선 후보는 문 후보에 대해 "당 대표 후보에 출마하는 것은 대선 평가에 불복하는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여야가 자당의 내부 문제에 골몰해 있지만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비선 실세 논란이 재연되면 언제든 여야 간 대결로 정국 지형이 급전환할 수 있다.

이날 오후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담에서 만약 야당이 새해 훈훈한 덕담 분위기를 깨고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한다면 순식간에 여야 대치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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