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월드리포트] 빗길에 차 태워줬더니…살인

박병일 기자

입력 : 2015.01.02 14:11|수정 : 2015.01.02 22:57


크리스마스 이브 날 새벽,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44살 ‘제임스’는 차를 몰고 85번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옆 보조석에는 이웃이자 연인인 43살  ‘매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밤부터 내린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반복하며 차창을 계속 때렸습니다. 그런데 멀리 앞에서 한 청년이 비를 맞으면서 갓길을 따라 걷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측은해 보였습니다. 그 순간 청년이 뒤를 돌아보며 손을 치켜 올렸습니다. 생쥐처럼 비에 홀딱 젖은 모습을 보자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차를 세웠습니다.
 
20대 초반의 곱상하게 생긴 청년이었습니다. “저기… 죄송한데, 한 1킬로미터 정도만 태워주실 수 있나요? 너무 추워서요. 5달러 드릴게요.” 제임스와 매리는 흔쾌히 뒷좌석에 타라며 문을 열어줬습니다. 청년은 연신 고맙다면서 몸에 묻은 빗물을 털어내며 뒷좌석에 올라탔습니다. 차에 올라탄 청년과 통성명을 한 뒤 차를 몰았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차를 달리던 중 청년이 물었습니다. “혹시 어디로 가세요? 방향이 같으시면 조지아 주 경계선까지만 태워주실 수 있나요? 제가 25달러 있는데 모두 드릴게요.” 
 
제임스와 매리는 야박하게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같은 방향인 데다 비도 오는데 도로에서 청년보고 내리라고 할 순 없었습니다. 그러마 하고는 계속 달렸습니다. 공손하고 입담 좋은 청년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도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청년이 공손히 부탁했습니다. 용변이 급하다며 한적한 곳에 잠시만 세워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적이 뜸한 곳에 차를 세우자 청년이 갑자기 바지춤에서 뭔가를 불쑥 꺼냈습니다. 권총이었습니다. 총구에는 소음기도 붙어있었습니다. 앞에 타고 있던 제임스와 매리의 뒤통수에 총구를 대고는 다짜고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뒷좌석에서 내린 청년은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제임스와 매리를 끌어내린 뒤 길가에 그대로 내던졌습니다. 그리고는 차를 몰고 쏜살같이 사라졌습니다. 얼마 뒤 길가에 쓰러져 있던 제임스와 매리는 다른 운전자에게 발견됐습니다. 이 운전자가 911에 신고해 구급차가 달려왔지만 제임스는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졌고 매리는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취파취파
 
두 사람에게 총을 쏘고 차를 훔쳐 한참 달리던 청년은 뒤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쫓아오는 경찰차를 발견했습니다. 계속 달아날까도 생각했지만 경찰 지시에 따라 일단 갓길에 차를 세웠습니다. 고속도로 순찰대 경찰관이었습니다. “과속하셨습니다. 면허증 주세요.” 청년은 경관이 혼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이 경관도 살해할까 생각했지만 순찰차에 카메라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 그만 속도를 내고 말았네요.” 청년은 경관이 내민 범칙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는 다시 차를 달렸습니다.  
취파
 
청년에게 범칙금 고지서를 발부하고 되돌아온 경관이 순찰차를 몰고 돌아가던 중에 무전이 날아왔습니다. 두 명이 총에 맞았고 범인이 훔친 차를 몰고 달아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도난 당한 차종과 차 번호를 듣는 순간 경관은 아뿔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급히 무전을 날려 범인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본부에 알렸습니다.
 
바로 그 시각, 청년은 경찰이 곧 자신의 차량이 도난 차량이라는 것이 발각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이상 훔친 차로 이동할 수 없다고 느낀 청년은 고속도로 외진 휴게소에 차를 몰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청년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취파 
경찰에 체포된 청년은 22살 ‘빌라리얼’이었습니다. 그는 두 사람에 대한 살해 혐의에 대해서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길가에 버려져 있던 차를 끌고 갔던 것이라고 거짓말했습니다. 하지만, 빌라리얼이 훔친 차를 타고 도주하면서 제임스와 매리의 옷가지들을 차 창문 밖으로 내던지는 것을 본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추궁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습니다. 빌라리얼은 살인과 살해 기도, 차량 절도와 총기 소지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보석 요청도 기각됐습니다.
 취파
 
법정에서 그는 발언 기회를 얻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 변호인이 선임되기 전까지 제가 유죄다 무죄다 말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것만은 말하고 싶네요. 지금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유감이며 법정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유족들이 저를 사형시켜야 한다고 말하던데, 제가 죽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나요? 죽은 사람이 돌아오느냐는 말이죠…”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