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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에 굿 뉴스를"…파키스탄 테러방지 빌미 '언론검열'

입력 : 2014.12.31 10:39|수정 : 2014.12.31 10:39


"언론보도를 통해 착한 행동의 규준을 전파한다."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대책으로 고안해 낸 '새로운 비법'입니다.

파키스탄 의회의 한 위원회는 최근 방송·인쇄매체 보도에 대한 46가지의 지침을 승인했습니다.

의회 웹사이트에 게재해 놓은 성명에 따르면 이 지침에는 생방송을 검열하는 것, 뉴스·영상·속보를 사사건건 살펴보도록 편집위원회를 설치하라는 것까지 포함돼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위원회는 어린이의 심리사회적 성장을 위해서는 "나라의 안보기관을 나쁘게 말하는 게 좋지 않다"며 "우선 좋은 뉴스를, 가능하다면 잠들기 직전에 보여줄 것"을 권유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미 테러리즘 보도수칙을 정해 놓았습니다.

이 수칙에 따라 지난 6월 지오(Geo)TV의 방송 면허를 일시 중지시켰습니다.

당시 파키스탄 전자매체규제국은 지오TV에 대해 2주간 면허 정지와 벌금 1천만 루피(약 1억850만 원)를 부과했습니다.

지난 4월 19일 토크쇼 진행자 하미드 미르에 대한 폭행사건이 발생하자 지오TV가 사건 배후에 파키스탄군 정보기관(ISI) 요원들이 있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최근에는 지난 16일 페샤와르에서 학생 134명 등 152명을 살해한 탈레반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도 수칙이 적용됐습니다.

한 TV 방송사의 관계자는 "하나의 정책이 수립되면 사람들이 그것을 이행하는 게 중요한데 정부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잠들기 직전 좋은 뉴스만을 보여주라는 것은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 다만 보도강령을 지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집권당의 마르비 메몬 의원이 이끄는 이 위원회는 "성폭행, 강도, 살인 등 상대적으로 '소소한 사건'을 언론이 너무 부각하지 말라"며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권고안도 내놓았습니다.

이 안은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테러리스트는 범법자로서 처벌을 받아야지 언론 조명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내놓았습니다.

아자르 압바스 '볼'(Bol) TV 사장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정부가 언론검열에 상당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언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방지를 빌미로 사실상 언론검열을 하고 있다는 우려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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