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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주역들의 명암…영화 '국제시장'으로 재조명

입력 : 2014.12.30 15:54|수정 : 2014.12.30 15:54


최근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흥남철수가 재조명되면서 당시 약 10만명 피란민을 철수시킨 데에 이바지한 두 인물의 공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미군 장교를 설득하는 인물로 그려진 현봉학 박사는 올해 12월 전쟁영웅으로 선정돼 '한국판 쉰들러'로 추앙받는 반면, 당시 한국군 1군단장으로 미군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진 김백일 장군은 친일행적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미군 설득한 현봉학 박사 '한국판 쉰들러'

지난달 28일 국가보훈처는 현봉학 의학박사를 '12월의 6·25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현 박사는 의대에서 학업을 마치고 귀국한 뒤 민간인 신분으로 1950년 8월 초 미군의 통역관으로 임명됐다.

이후 현 박사는 흥남철수작전 때 미군 제10군단장인 에드워드 알몬드 소장을 찾아가 "적이 사방에서 쳐들어오고 있는데, 민간인들이 어디로 갈 수 있겠느냐"며 민간인 동반 철수를 간청해 10만 피란민 철수에 결정적으로 이바지했다.

'국제시장' 초반부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미군 장교의 옷깃을 잡으며 설득하는 현 박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결국 알몬드 소장은 군수물자의 철수를 포기하고 피란민 9만8천여명을 메러디스 빅토리호 등의 수송선에 태워 거제도까지 이송했다.

이를 두고 현 박사는 '한국판 쉰들러'로 불리고, 흥남철수 당일이 12월 24일이어서 '흥남부두의 크리스마스 기적'이라는 별칭이 회자되기도 한다.

◇ 또 다른 흥남철수 주역 김백일 '친일' 뭇매

반면 현 박사와 함께 흥남 피란민 철수작전에 이바지한 인물로 알려진 김백일(흥남철수 당시 국군 1군단장)은 친일행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김백일은 흥남철수 당시 "무슨 일이 있어도 피란민들을 데려가야 한다"며 "끝까지 미군과 교섭을 벌여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미군이 피란민을 두고 간다면 국군이 엄호하면서 육로로 후퇴하겠다"고 미군을 압박하며 설득한 공으로 현 박사와 함께 흥남철수의 주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그런 그가 친일 행적이라는 과오 탓에 여론의 역사적 심판을 받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김백일을 '호국영웅'으로 지정, 그의 묘지는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돼 있고 거제포로수용소·서울 전쟁기념관·육군보병학교 등에는 그의 흉상과 동상이 세워져 현충시설로 관리되고 있다.

그중 거제포로수용소 내 동상은 지난 2011년 건립 당시부터 친일인사 김백일의 동상이라는 시민단체의 철거운동에 부닥쳤다.

결국 지난 2013년 대법원까지 간 법정다툼에서 동상은 존치하게 됐다.

이에 거제지역 시민단체들은 모금활동을 통해 김백일 동상 옆에 친일행적을 기록한 '단죄의 비'를 건립하려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 '김찬규→김백일' 개명해도 친일 과오는 못 지워…역사적 심판 이어져

김백일은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주역', 일제강점기 만주군 간도특설대 장교로 활동한 전력의 '친일파 군인'으로 공과가 뚜렷이 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포함된 인물이다.

김백일은 일제해방 전후로 찬규(일본식 이름 가네자와 도시미나미)라는 이름을 백일로 개명하기도 했지만 역사적 심판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전남지역에서 김백일의 친일행적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붙었다.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의 '백일로'라는 지명이 문제가 됐다.

'백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명, 학교명, 산이름 등이 김백일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 올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개명운동이 일어난 것이다.

현재 지자체는 도로명 개명을 위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고, 해당 학교는 학교명 변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흥남철수 기념사업회 측은 "김백일 장군에 대해 친일이라는 평가 자체가 잘못됐다"며 "기념사업회 내부에서 이를 증명하는 중국 측 자료가 있다"며 친일행적에 대해 반박하는 입장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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